불황에 무이자 할부 기간 늘려. 업계 역효과도 우려

소비경기 침체로 고객을 끌어 모으려는 쇼핑업계가 카드결제 무이자 할부 기간을 늘리고 있다. 오픈마켓에서 시작된 장기 무이자 할부 혜택은 TV홈쇼핑으로도 옮겨가는 분위기다.

오픈마켓 장기 카드할부 무이자 마케팅의 시작은 11번가다. 현재 기본 11개월 무이자를 상시 적용하고 부분 무이자 혜택을 주는 `스마트 할부`를 최장 22개월까지 적용하고 있다. 문지형 11번가 매니저는 “무이자 할부 혜택 반응이 좋아 매월 10% 정도씩 이용객이 늘고 있다”며 “오픈마켓에서 명품, 가전 등 고가 상품 판매가 늘어나는 것과 맞물린 현상”이라고 밝혔다.

G마켓도 국내 대표 카드사 6곳과 최장 20개월 무이자 할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제품을 제외한 상품 구매 합산 금액이 20만원을 넘으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옥션은 이보다 앞서 지난달 22일부터 카드사 5곳과 20개월 무이자 할부 행사 중이다.

오픈마켓의 장기 카드 무이자 할부 혜택은 홈쇼핑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통 상품별 최장 12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던 홈쇼핑에 24개월 무이자 상품이 등장했다. GS샵은 지난 10일 3DTV 판매 방송에 24개월 무이자 할부를 내걸었다. 고기원 CJ오쇼핑 편성팀 과장은 “경기가 어려워지며 고객 부담을 덜기 위해 홈쇼핑 업계에 장기 무이자 혜택 적용이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카드 장기 무이자 할부 혜택은 고객 소비를 장려하는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되는 반면에 유통업체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고객 카드 결제 시 결제 금액의 일정 부분을 카드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업체별로 결정되는 카드 수수료는 할부 기간이 늘어날수록 수수료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영철 GS샵 생활디지털팀 과장은 “회사가 카드 수수료 등 기타 비용을 부담하지만 고객의 상품 구매를 장려하기 위해 24개월 무이자 혜택을 적용했다”며 “무이자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지만 향후 장기 무이자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혜택이 줄면 구매를 미루는 역효과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