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한 세계 기업들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적 배려를 기대하고 있다.
일본·미국과 달리 국내 ESS 시장은 초기인데다 국가 전력망과 연동해야만 사업화가 가능기 때문이다. 시장수요가 없는 상황에 하다못해 해외 수출 기반 마련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보급 사업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마저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고 시장 공감대를 형성할 전기요금 현실화 역시 시장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소다.
김재철 숭실대 교수는 “ESS사업관련 법제도 부재나 전기요금 현실화로 국내 ESS시장이 쉽게 열리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연구개발(R&D)이나 레퍼런스 차원에서라도 정부 보급 사업만이라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 예산이 단기적인 전력난 해소를 위해 전력수요자원(DR)에만 집중돼 있어 ESS 분야의 미래 준비가 소홀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행 전기사업법은 발전·송전·배전을 거쳐 수용가까지 일방향의 전력사업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전력을 양방향으로 사고 팔 수 있는 ESS를 하나의 발전자원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제도가 전혀 없다.
왜곡도 전기요금도 ESS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ESS는 전력수급 안정화와 스마트그리드의 핵심이지만 낮은 전기요금 때문에 ESS 필요성에 대한 시장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사업자도 전력거래를 통해 이익을 남겨야 하고 최종 소비자도 일정수준 이상 전기요금 절약혜택이 있어야 하는데 모두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지경부가 2011년 10월부터 대구시 100가구를 대상으로 추진 중인 ESS(10㎾h급) 실증사업이 현재까지도 가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2013년 5월 사업종료를 앞두고 선정된 가구는 10여개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은 전력피크 때와 심야시간에 전기요금을 차등시켜 구매자나 사업자에게 금전적 혜택을 주고 있다”며 “전기요금 차등제를 실시한다면 지금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전력 수요자원관리(DR) 비중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주는 전기요금이 싼 심야시간과 요금이 가장 비싼 전력 피크 때 요금차이가 20배 이상이다. 소비자들의 전기사용 효율화가 진행되면서 ESS 업계는 장치 산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력수요자원관리(DR)에 전력기금 예산이 집중돼 있고 시간대별 요금체계는 지난해부터 검토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표】미국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 전기요금 차등제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