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트위터 연결은 늘어나는데 왜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는 줄어들까. 문자와 이메일을 사용할수록 왜 대화가 서툴러질까. 아바타 꾸미기에 열중할 때 진짜 나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가 열리면서 한번쯤 이런 생각을 안해본 사람은 없다. 늘 사람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문자를 주고받거나 SNS에 접속한다. 이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이제 우리는 `언제나 작동 중`인 상태로 `네트워크에 묶여` 있다. 이런 네트워크화가 위험한 이유는 우리를 `새로운 자아`로 만들고 인간관계를 단순화시킨다는 데 있다.
MIT 사회심리학 교수이자 연구자인 셰리 터클은 수많은 사람과 네트워크화에 대한 인터뷰를 하면서 페이스북 프로필이나 세컨드라이프의 아바타 꾸미기에 열중한 이들이 실제와 다른 자신을 `연기`하고 있음을 읽어낸다. 이러한 연기가 위험한 이유는 온라인 삶을 위해 작성한 내용과 자기 모습을 혼동하면서 진짜 나를 잃어버릴 위험성에 놓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삶이 진실성을 억제하는 것이다. 특히 정체성을 형성해야 할 시기에 놓인 청소년들에겐 심각한 문제가 된다. 정신분석학자 에릭 에릭슨은 `청소년이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정신을 집중할 수 있는 장소를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오늘날 문자로 빠른 답변이 오가는 세상에서 청소년들은 독립적인 자아를 형성할 기회를 잃어버린다.
현대인의 인간관계도 단순화됐다. 효율성을 이유로 피하고 싶은 상대와 대화하지 않으면서 전화 대신 이메일과 문자로 연락한다. 목소리를 잃어버린 셈이다. 문제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한 의사전달이 서로의 감정을 `축약`시켜버릴 뿐만 아니라 상대를 `처리해야 할 문건`으로 여기게 만든다는 점이다. 저자와 인터뷰를 나눈 이들은 이메일을 보낼 때 `저 사람을 처리했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을 토로했다. 사람이 기계처럼 취급되는 순간이다.
저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이제 곧 우리에게 새로운 친교의 대상이 될 로봇과 인간의 관계도 탐구했다. 놀라운 점은 사람들이 이미 로봇을 생명체라 여기기 시작했으며 로봇을 존재를 `없는 것보다 낫다`에서 `어떤 것보다 낫다`로 여기기 시작했다는 저자의 진단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인간과 달리 욕망과 요구를 표출하지 않는 로봇과의 교제에 익숙해지면 사람들과의 어울려 사는 삶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저자는 요즘 현대인을 `다 함께 홀로`인 상태라고 표현했다. 바빠서 온라인을 이용한다지만 결국 서로 어울리는 시간은 적어지고 로봇 등 테크놀로지와 보내는 시간은 많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 책이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SNS가 소외감을 증가시킨다는 단순한 결론을 전달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성급하다. 저자는 테크놀로지의 함정에 빠진 우리는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에 와 있음을 강조했다. 과학기술로 인간다움을 잃어버리기 직전에 울리는 경종이다. 더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통해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이들의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셰리 터클 지음, 이은주 옮김. 청림출판 펴냄. 가격 2만3000원.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