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 문래동 `지렁이 총각`의 창업의 꿈

박건태 삼사라 대표
박건태 삼사라 대표
영등포구 문래동 `지렁이 총각`의 창업의 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게임 등 IT기반 창업이 대세인 시대에 흙냄새 나는 창업으로 주목받는 스타트업이 있다. 지렁이를 이용한 친환경비료 일명 `지렁이 분변토`를 생산·판매하는 `삼사라`가 그 주인공. 아이템은 생소하지만 중기청 G-창업 프로젝트 선정,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2기 창업경진대회 대상으로 주목받는 스타트업이다.

대학 졸업반이던 지난해 초 박건태 삼사라 대표는 우연히 지렁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다는 것과 그 배설물이 비료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도전이 시작됐다. 인터넷으로 지렁이 분변토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직접 지렁이를 구해 이런저런 음식물 쓰레기를 먹였다. 노하우를 배우려 직접 지렁이 농가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선뜻 비법을 알려주는 곳이 없어 해외 논문을 뒤져가며 공부를 계속했다.

지렁이와 인연을 맺은 지 2달 만에 중기청 G창업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처음 사업계획서라는 걸 쓰며 스스로도 별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프로젝트에 선정됐고 지원금 1000만원을 받았다. 본격적인 창업이 시작된 셈이다.

하지만 이런 박 대표의 행동을 부모님은 이해하지 못했다. 졸업반인 아들이 취업 준비 대신 지렁이를 붙잡고 씨름하는 모습이 당황스러운 것도 인지상정. 부모님과 갈등도 있었다. “부모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됐죠. 하지만 제 의지는 확고했습니다. 다행히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하고 제가 열심히 하는 보면서 부모님도 저를 응원해 주시기 시작했습니다.”

나름의 실험을 계속하면서 수많은 지렁이를 죽인(?) 박 대표가 찾은 답은 커피 찌꺼기였다. 커피 찌꺼기를 지렁이에게 먹여 그 배설물로 분변토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다른 음식물 쓰레기는 부패했거나 염분이 있어 쓸 수 없지만 커피 찌꺼기는 이런 걱정이 없었다. 더욱이 원료인 커피 찌꺼기는 커피전문점에서 매일 공짜로 얻을 수 있었다. 커피 찌꺼기로 분변토를 만들자 성능을 실험할 장소가 필요했다. 강 대표는 옥상텃밭을 가꿀 수 있는 문래동 예술촌에서 지렁이 분변토로 작물 재배를 시작했고 그렇게 `문래동 지렁이 총각`이란 별명도 탄생했다.

문래동을 떠난 강 대표는 현재 성남에 지렁이 분변토 생산 공장을 만들고 본격 생산·판매에 들어갔다. 월 생산량은 500㎏ 내외. 500g 분변토 1000개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현재 방과 후 학교에서 생태교육 프로그램 등에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박 대표는 “삼사라는 산스크리트어로 `순환`이란 뜻”이라며 “지렁이 분변토로 지속가능하고 환경 친화적인 선순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표]삼사라 현황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