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부터 이동통신사 이외에 대형 할인 매장이나 전자제품 전문점, 혹은 해외에서 구입한 휴대전화로 원하는 통신사에 가입할 수 있는 ‘이동전화 단말기 자급제’가 시행되었다. 하지만 시행 2달이 지난 지금도 약정 없이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는 판매처를 찾기 어렵다.
◇ 단말기 부족, 약정위약금 부활이 걸림돌 = 뿐만 아니라 시장에 단말기만 공급하는 업체도 국내·해외를 막론하고 찾기 힘들다. HTC가 올 하반기부터 엔비디아 테그라3 탑재 스마트폰 ‘원X’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마저도 확실하지 않다.
더 큰 문제는 6월부터 신설된 ‘약정할인 위약금’ 제도다. 54요금제, LTE52요금제를 이용하면 약정 기간동안 ‘스페셜할인’, ‘LTE스페셜할인’ 등 요금 할인이 제공된다. 지금까지 이동통신사에서 유통한 단말기를 이용해 신규가입한 후 요금 할인 혜택을 받다 해지하거나 번호이동하면 남은 기기 할부금과 기간에 따른 위약금만 납부하면 됐다.
하지만 ‘약정할인 위약금’ 제도는 기기 할부금·위약금은 물론 가입 기간동안 할인 받은 금액까지 고스란히 반환해야 한다. 현재 SK텔레콤은 6월부터 단말기 자급제나 중고폰을 이용해 신규 가입한 이용자에게만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으며 KT·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도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단말기 자급제를 이용해도 큰 절감 효과는 얻을 수 없게 된 셈이다.
◇ MVNO 업체들 “지금이 기회” = 하지만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기존 이동통신사업자가 모두 구축해 놓은 무선망을 빌려서 자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업체는 이런 조치들이 오히려 중고폰 가입자나 단말기 자급제 이용자들을 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단말기 없이 유심(USIM)만 파격적인 조건에 제공하는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올해 1월부터 ‘헬로모바일’ 브랜드로 MVNO 사업에 나선 CJ헬로비전(cj.moatel.kr)은 신규·번호이동 가입자를 대상으로 가입비·유심비·할부채권료 등 휴대전화 가입에 필요한 비용을 면제해 주는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가입 후 무료 배송되는 유심(USIM)을 기존 피처폰·스마트폰에 꽂으면 이전 번호 그대로 최대 66% 할인된 통신비로 이용할 수 있다.
번호이동 후 서비스나 통화품질에 만족하지 못해 14일 이내 개통철회 등으로 해지해도 위약금 없이 일할 금액만 내면 되고 3개월 후에는 다른 이동통신사로 번호이동 가입도 가능하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KT망을 임대해 이용하는 만큼 통화품질이나 서비스 수준은 차이 없지만 MVNO 서비스에 불안감을 가진 이용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www.kt.com) 역시 6월 한 달 동안 LTE 신규 가입자들에게 3만원이 충전된 ‘심플’(SIMple) 서비스 유심을 증정한다. 이 유심은 기존 KT·KTF에서 출시된 3G·LTE 휴대전화에 자유롭게 꽂아 쓸 수 있고 유효 기간은 1년이다.
◇ 가입자 70만명 돌파 ‘파죽지세’ = 이처럼 MVNO 업체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MVNO 전체 가입자 수는 2월말 45만 명에서 4월 말 72만 명으로 60% 이상 늘어났다. 최근 온세통신이 KT 이동통신망을 임대해 ‘스노우맨’ 브랜드로 MVNO 시장에 진출하고 SK텔링크 역시 ‘세븐모바일’ 브랜드로 시장에 뛰어들며 크기를 불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MVNO 사업자 번호이동 법적 보장과 국제로밍 실시, 대형 사업자 진출이 이어지면서 올 한해 MVNO 시장 규모가 6,000억 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