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부품공장`이라 불리는 대만 혼하이 그룹은 빠른 의사결정과 민첩한 전략 전환이 특징이다. 대만 IT 산업의 축소판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이전하고, 제조 경쟁력을 강화해 원가를 절감한다. 대형 고객사의 설비를 인수해 기술력과 물량을 동시에 확보하는 혼하이의 전략은 국내 업계가 주목해야 할 점이기도 하다.
혼하이가 성장해 온 길을 되짚어 보면 지난 3월 샤프를 인수한 것도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이 회사는 단순한 부품 하청업체로 시작해 PC 조립을 시작했고 이후 IT 부품 및 기기 제조로 영역을 넓혔다. 나아가 TV 및 스마트폰 산업으로 더욱 분야를 확장하면서 엄청난 성장 가도를 탔다.
특히 해당 사업 분야에서 대형 고객사의 설비를 지속적으로 사들이며 성장 동력을 확보했던 모습은 관심을 끌만하다. 지난 2003년 모토로라 휴대폰 공장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 2009년 소니의 PC 공장, 작년에는 시스코의 셋톱박스 공장을 샀다. 올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샤프의 최대 주주가 됐다. 이들의 매각 설비를 인수하는 대신 설비를 판 기업을 신규 고객사로 끌어들여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인 것이다.
또 LCD·PCB·케이블·커넥터·케이스 등 범용 부품을 내재화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위탁생산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중 약 3분의 1을 자체 생산함으로써 낮은 수익성을 보전하는 전략을 취했다.
앞으로도 혼하이 그룹은 실적 부진에 고전하는 일본 IT 기업의 제조 설비 및 기술을 인수하는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특히 핵심 부품인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면 한국 기업에게는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할 예정이어서 혼하이 그룹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혼하이의 주요 인수합병(M&A) 현황
(자료: Thomson One Banker)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