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개관한 프랑스 파리의 라빌레트 과학산업박물관은 산업기술과 문화·예술이 융합된 곳으로 연간 방문객수만 800만명이다. 스페인 발렌시아에는 산업기술과 문화·예술, 교육·레저를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예술과 과학도시(CAC)`라는 복합문화공간이 있다.

국내에서도 산업근대화의 요람에 한국 산업기술발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기술과 문화, 교육의 글로벌 복합공간을 조성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도 최근 산업기술문화공간(가칭) 건립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산업기술문화공간은 기술을 중심으로 인문, 문화, 역사, 교육, 기업이 만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그동안 산업기술생태계 조성이 중심이었다면, 산업기술문화공간은 산업기술 60년 발전의 감동을 바탕으로 인문, 예술, 문화가 자유롭게 융합하고 소통하는 장이다.
KIAT 용역 결과에 따르면 건립규모는 연면적 약 10만㎡ 규모로, 전시와 교육연구생산, 교류문화, 수장보존, 관리운영 등의 주요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현재 산업유물 조사가 진행 중이며 다음 정권에서 공모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예산은 약 1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대형 국가프로젝트로 진행될 산업기술문화공간을 유치하기 위해 지자체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지자체 공모와 세부 계획은 내년에 확정될 전망이다.
KIAT가 지난해말 산업기술문화공간 건립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연뒤 지자체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대구경북은 적극적인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대구테크노파크는 산업기술문화공간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미 지난 2009년 11월 `산업기술 테마파크조성 기본 구상`이라는 사업을 기획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한바 있다. 입지로는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과 대구시 검단동, 경북도청 이전 후적지 등을 후보지로 내세우고 있다.
경북 구미에서는 지난 4.11 총선 후보들이 산업기술문화공간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며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첨단산업도시 광주`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광주시는 광산업 등 400여곳의 첨단기술기업과 연구소, 대학 등이 밀집한 첨단산단 일대를 산업기술문화공간 후보지로 내세워 유치몰이를 하고 있다. 시는 지경부와 KIAT의 산업기술문화공간 사업추진방향과 동향을 분석한 뒤 유치를 위한 세부계획에 착수하기로 했다.
충남 아산시도 사업유치에 대단한 의욕을 드러냈다.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탕정 디스플레이 집적 단지를 내세워 기획안을 만들고 있다. 지경부 발주만 나오면 적극 대시한다는 전략이다.
윤병일 아산시 정책개발팀장은 “독일 뮌헨을 모델로 산업기술사와 학생 유물 교육, 신기술 교류 및 교육, 전시가 모두 어우러진 복합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도 지난 2월 범시민유치위원회를 발족한 뒤 110만 범시민서명운동에 나섰다. 유치위원회는 유치열망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국토대장정도 계획하고 있다. 울산은 울산공업센터 지정 50주년과 2000년 공업역사박물관 타당성조사 최적지 등 탄탄한 산업기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밖에 서울과 경남 창원 등도 사업 유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반세기동안 산업기술은 우리 경제를 주도했지만 정작 산업기술 발전사와 성공경험에 대한 정리와 보존은 미흡했다. 1955년 이후 1998년까지 개발된 252개의 소중한 산업기술관련 유물 중 현재 45%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산업기술 유물의 보존 및 도전정신, 기업가 정신, 산업기술인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공간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한국도 소프트웨어 중심의 창의적 산업기술로 전환하고, 융합적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위한 환경으로써 산업기술문화공간 건립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현재 산업기술사와 유물을 조사 중이며, 건축 예산만 4500억원 정도 들어갈 예정”이라며 “아직 정확한 예산규모가 확정되지 않았고, 예비타당성 조사과정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건립규모:연면적 약 10만㎡
◆주요시설:전시, 교육연구생산, 교류문화, 수장보존, 관리운영, 서비스기타
◆소요예산:약 1조원
◆소요기간:기본계획 수립 후 약 6년
◆전시물수집:산업기술유물 지정관리 제도화 및 수집, 수장활용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 추진
◆경제적 기대효과:약 11조원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