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밀레니엄 문제

17세기 프랑스 아마추어 수학자 피에르 드 페르마. 그는 무려 350여년 동안 수학자들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그가 남긴 메모 하나 때문이다. 한 방정식의 정리를 증명하면서 책의 여백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경이적인 방법으로 이 정리를 증명했다. 그러나 이 책의 여백이 너무 좁아 여기에 옮기지는 않겠다….`

페르마가 증명했다는 방정식은 이후 수백년 동안 수학자들에게 최대 수수께기로 남았다. 이 정리는 1997년 영국의 수학자 앤드루 와일즈가 증명한다.

한국 수학자들이 대표적 수학난제로 손꼽히는 `밀레니엄 문제(Millennium Problems)`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부호 랜던 클레이가 세운 클레이수학연구소(CMI)가 각각 100만달러의 상금을 건 수학 분야 미해결 문제 일곱 가지다. 현대판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다.

국내 수학 두뇌들이 밀레니엄 문제에 도전장을 낸 것은 수학자로서의 자존심 때문이 아니다. 개인적 명성과 상금 때문도 아니다.

그보다는 수학의 중요성을 알려 우수 인재들이 수학 분야에 올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세계인에게 이슈화 된 수학난제를 연구해 수학 분야의 리더십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학은 가장 오랜 경험과 지식이 쌓인 학문이다. 학문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기초 과학의 토대다. 수학이론이나 수학적 기법은 공학, 정보 등 전반적 과학기술 발전뿐 아니라 국가안보, 의료보건, 통신, 금융, 보험, 경영 등에 폭넓게 활용된다.

우리나라에서 수학은 기피 분야다. 과학기술 지원도 응용 과제에 집중되며 수학 과제 지원은 물리, 화학의 3분의 1∼2분의 1 수준이다. 수학 과목이 대학의 인문사회계열에서는 대부분 사라졌다. 연로한 수학자들이 밀레니엄 문제에 도전하면서 수학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나선 현실을 함께 숙고해야 할 때다.

윤대원 벤처과학부 차장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