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에서 북서쪽으로 20㎞가량 떨어진 박닌(Bac ninh)공단. 가는 길은 늘 붐빈다. 자동차 옆으로 오토바이 수백대가 줄지어 출근하는 베트남 특유의 모습이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기자가 박닌을 찾은 날도 점심거리와 휴대폰을 챙겨든 오토바이족들은 부산한 아침 열기를 뿜어냈다. 오전부터 영상 30도를 넘는 더위에 오토바이 열기와 소음까지 더해 도시는 후끈거렸다. 박닌은 공항과도 인접했다. 북쪽으로 중국 광저우까지 네 시간이면 닿는다. 이곳이 세계 스마트폰산업을 움직이는 `심장`이다.

베트남이 스마트폰 최대 생산기지로 부상했다. 일등공신은 삼성전자다.
인도차이나반도 핵심 국가 베트남의 수출 지도가 바뀌었다. 원유, 쌀, 봉제 등이 주도하는 베트남 수출에 휴대폰이 제3의 품목이 됐다. 매년 200~300% 성장이 만들어낸 변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박닌에서 휴대폰을 생산한 지 3년 만에 최대 수출기업으로 떠올랐다.
◇박닌, 스마트폰 `세계의 공장`=삼성전자는 베트남 전체 수출의 7%가량인 53억달러를 책임진다.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70억달러에 육박한다.
삼성의 베트남 진출은 부품 협력사의 동반진출로 이어졌다. 박닌 내에만 크루셜텍, 자화전자, 서울금속 등 부품업체 60여개가 있다.
이들 기업이 끌린 요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우수한 노동 조건이다. 인구 8000만명 가운데 생산가능 인구가 절반이다. 고학력·숙련공의 월평균 임금이 200달러 안팎이다. 중국의 절반, 우리나라의 10%에 불과하다. 지난해 물가가 20%가량 치솟으면서 임금 상승 속도가 30% 가까이 되지만 여전히 고부가가치 전자산업에는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다.
◇“기업하기 좋도록” 인프라·IT 확충=1000㎞가 넘는 남북 간 물류를 원활하기 위한 고속도로 신설과 통신·IT 투자가 한창이다. 부정부패와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위기를 맞은 공기업을 민영화하거나 사업 영역을 제한하는 구조조정도 추진 중이다.
외환과 물가에도 정부가 손을 댔다. 지난해 환율 변동이 극심했지만 올해 들어 달러당 동(VND) 환율은 안정을 찾았다. 18.13%에 달하던 물가도 10% 내로 잡혔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속으로 9700만달러에 달하는 국세 현대화사업과 통계청 현대화사업이 진행 중이다.
◇글로벌기업도 하노이로 운집=노키아가 박닌에 생산기지를 마련하는 등 글로벌기업이 몰려든다. 대만 최대 휴대폰 부품업체인 윈텍은 지난 4월 투자규모를 2500만달러에서 12억2000만달러로 10배 키워 계약을 체결했다. GE와 이탈리아 오토바이 생산업체 피아지오가 지난 3월 베트남 제조공장을 열었다. 캐논, 파나소닉, 소니 등 일본 업체는 이미 텃새를 부릴 정도다.
박창은 코트라 하노이 무역관 차장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일본 업체만 133억달러를 투자했다”며 “대지진 이후 엔고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들이 베트남을 제조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뷰-황복현 크루셜텍 법인장
“시장 여건을 제대로 파악하고 준비하면 베트남은 우리 전자 업계에 기회의 땅입니다.”
황복현 크루셜텍 하노이법인장은 베트남이 전자·부품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생산기지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크루셜텍 베트남법인이 휴대폰용 광학마우스 옵티컬트랙패드(OTP) 생산에 들어갈 때만 해도 주변에선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생산 가동 10개월이 지난 지금, 우려는 성공이란 단어로 바뀌었다. 크루셜텍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넘었다.
성공엔 현지 베트남 직원의 역할이 컸다. 그는 “한국에서 근무연한을 채운 베트남 노동자 가운데 연수를 마친 사람들이 합류해 노사문제나 근면함에서 솔선수범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황 법인장은 “연내 크루셜텍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을 이곳에 생산한다”고 덧붙였다.
하노이(베트남)=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