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주도해 로봇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
20일 업계 및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한국형 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OPRoS)을 구글 안드로이드처럼 무료로 제공해 로봇 제조업체뿐 아니라 콘텐츠 개발·서비스업체를 끌어들일 계획이다.
8월 OPRoS 프로젝트를 완료, 하반기 세계 시장에 오픈소스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국가 차원에서 로봇 플랫폼 개발을 지원하고, OS를 시장에 무료로 공개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지식경제부는 OPRoS 확산 여부를 놓고 산학연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왔다. 로봇산업 육성 로드맵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전문가토론에서 도출된 OPRoS의 문제점도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형 로봇 플랫폼이 자칫 우리나라만의 표준으로 고착화돼 오히려 국내 로봇산업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으나 갑론을박 끝에 결국 OPRoS를 강력히 드라이브하는 쪽으로 결론냈다.
지경부 관계자는 “로봇 플랫폼을 해외업체에 의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생살여탈권을 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한국형 로봇 플랫폼이 글로벌 로봇 플랫폼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10년 전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의 일환으로 로봇산업을 육성했다. 로봇산업 육성에 관한 법을 제정했고, 지식경제부 내 로봇산업과를 별도로 개설했다. 정부는 특히 취약한 SW 부문에 신경을 썼다. 한국형 로봇 SW 플랫폼인 OPRoS 프로젝트에 착수한 배경이다.
이를 무료로 제공한 것은 시범사업 및 검증을 활성화해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는 계산이다. 모바일기기 및 PC엔 다양한 OS가 있지만, HW는 어느 정도 표준화됐다. 로봇은 OS가 다양할 뿐 아니라 HW도 용도에 맞게 다른 플랫폼을 적용한다.
우리나라 독자적으로 OPRoS를 검증하고 상용화하려면 천문학적 수준의 자금이 필요하다. OPRoS가 민간에서 활발하게 쓰이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오류 수정 및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
로봇 SW 플랫폼 시장을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기업이 주도한다. 구글 계열사인 윌로개라지가 무료로 제공하는 리눅스 기반 로봇 OS인 ROS는 대학 등을 중심으로 강력한 개발자 커뮤니티를 구축했다. 위키피디아 식으로 로봇 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다수의 연구원이 올리는 구조다. 글로벌기업들은 로봇 OS를 대부분 무료로 제공하지만, 장기적으로 유료화할 가능성이 크다.
OPRoS는 이미 국내외 개발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부는 기존 ROS 사용자들을 OPRoS로 끌어들이기 위해 두 플랫폼을 연동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로봇업체 사장은 “OPRoS가 성공하려면 유료 콘텐츠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잘만 한다면 로봇계 안드로이드를 우리나라가 주도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