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오션포럼] 전력난 대비, 국민이 답할 차례다

[그린오션포럼] 전력난 대비, 국민이 답할 차례다

옛날에 굴뚝을 곧게 만들고 근처에 땔나무 등을 쌓아 놓은 집이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화재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집주인은 말을 듣지 않았고 이내 불이 나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이 달려와 화재 진압에 나섰지만 이미 집은 불에 탄 후였고 그 와중에 부상자도 나왔다. 고사성어 곡돌사신(曲突徙薪)의 유래다. 곡돌사신은 굴뚝을 구부리고 땔나무를 옮긴다는 뜻이다. 사후약방문 같은 어리석음을 피하고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정부는 21일 비상 사이렌을 울리며 정전 대비 위기대응 훈련까지 실시하면서 전력대란을 경고하고 나섰다. 연이은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해 예비전력이 300만㎾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한 개그 코너 속의 유행어처럼 전기를 무한대로 생산해내는 사람을 불러야겠지만, 이는 한낱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한번 떨어진 예비전력이 좀체 오르지 못하는 것은 조금만 더워도 전력소비량이 급증하는 에너지 과소비 문화가 만연해 있는 탓이다. 실제로 21일 단 20분간 진행된 훈련에도 “안돼∼”라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냉방시설 가동이 멈춘 건물에서는 덥다고 난리였고, 승강기가 멈춰 계단을 이용해야만 하는 시민들의 표정에도 짜증이 가득했다.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이대로 전력수요가 급증한다면 블랙아웃이 발생할지 모른다. 예비전력이 완전히 바닥나는 블랙아웃의 피해 규모는 11조64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해 9·15 정전사태 때는 멈춰 선 엘리베이터에 갇혀 119에 구조를 요청하는 시민이 속출했다. 소형 병원에서는 생명유지장치가 작동을 멈추기도 했다. 지하철의 순간 전자제어장치가 마비돼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산업계 피해도 막심했다. 정전사태 당시 5700여개 업체가 3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고 이달 15일 충남에서 발생한 11분간의 정전사고로 한 기업은 200억원에 이르는 손해를 봤다.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는 14일부터 21일까지를 국민발전소 건설주간으로 선포하고 4대 실천요령을 발표했다. 산업계 역시 에너지와 전기 절약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했다.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지난해 구성된 `범경제계 에너지절약운동본부`는 `50대 절전 행동요령`을 만들어 산업계의 자율 절전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산업체의 노력만으로 전력수급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본격적 더위와 함께 냉방수요도 급증하고 있어 국민의 국가적 위기 인식과 적극적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전력수급에 큰 위기를 겪은 일본 역시 국민의 자발적 실천으로 위기상황을 극복했다. 지난해 여름 전년 대비 15% 절전을 목표로 절약운동을 펼쳤는데 국민의 노력이 모여 21%로 초과 달성했다.

이제 우리 국민이 정부와 산업계의 호소에 답할 차례다. 정부가 내놓은 `노타이, 노재킷`의 쿨비즈 옷차림과 `아끼자 25시` `사랑한다 26도` `가볍다 휘들옷` `자∼ 뽑자 플러그` 등의 절전 4대 실천요령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국민이 하루아침에 모든 습관을 바꾸는 것은 어렵겠지만 절전을 생활화해 지금의 전력난이 실제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큰 강도 술잔 하나 정도의 물이 고여 나오는 샘에서 시작한다. 불필요한 콘센트를 뽑고 간편한 휘들옷 차림으로 절약한 전기를 모으는 것만으로도 100만㎾급 발전소를 세울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동근 범경제계 에너지절약운동본부장 dglee@korcha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