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A씨는 외국인 남편의 모국어 방송이 나오는 IPTV 고급형 패키지에 가입했다. 이 패키지보다 싼 상품도 있고 유선방송 측이 더 좋은 조건으로 변경을 권유했으나 남편을 위해 이 패키지를 2년간 유지했다.
그런데 최근 그 채널이 나오지 않았다. 통신사업자에 문의했더니 해당 채널을 더 제공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남편이 좋아하는 외국 채널이 안 나오면 굳이 비싼 패키지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 해지를 요구했다. 통신사는 약관을 들이대며 위약금 지급을 요구했다.
스포츠 채널을 좋아하는 B씨는 작년 12월 휴대전화, 집 전화, 인터넷과 IPTV를 결합한 상품을 2년 약정으로 가입했다. 그런데 2월에 사전 고지도 없이 스포츠채널이 사라졌다. 채널구성이 바뀌어 요금을 더 내야 하는 상위 패키지에 가입해야 한다는 통신사업자 말에 울화통이 터졌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방송사업자 3개사가 채널과 패키지를 제멋대로 바꾸는 데 따른 소비자 불만이 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26일 불공정약관 조항을 바로잡았다.
문제가 된 것은 IPTV 3개사의 서비스이용약관에 든 △이용자와 계약체결 이후 채널 및 패키지를 수시로 변경하는 조항 △이용요금 과·오납 시 이의신청기간을 6개월로 제한하는 조항이다.
공정위는 “사업자가 상품을 계약 기간에 임의·일방적으로 변경해 고객의 서비스 이용을 침해한 것은 배상의 사유가 되고 채널변경으로 인한 고객의 계약 해지요구에 위약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한 불공정약관”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정기 채널 및 패키지를 1년에 1회에 한해 바꾸고 IPTV사업자의 귀책사유 없이 채널공급업자의 부도, 폐업, 방송 송출 중단 등 어쩔 수 없는 사유가 있을 때에만 채널변경을 할 수 있도록 약관을 개선했다. 패키지 상품이 변경되고서 1년이 지나거나 신규 채널을 추가 제공한 때도 채널을 바꿀 수 있다. 이들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고객은 앞으로 위약금 부담 없이 언제든 IPTV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공정위는 `과·오납 요금에 대한 이의신청기간을 청구일로부터 6개월로 한정`한 불공정 약관도 사업자의 귀책사유에 의한 요금 과·오납에 언제든지 이의신청을 하고 환급받을 수 있도록 바꿨다.
이유태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인터넷, 전화 등을 묶어 IPTV 상품을 구매한 고객은 이를 해지하고 싶어도 휴대전화 등 결합상품의 혜택이 사라지거나 위약금 부담이 커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유지한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종합유선방송 사업자의 이용약관도 불공정약관조항이 있는지를 조사해 바로잡을 계획이다.
IPTV 가입자는 출범 당시인 2009년 237만명에 불과했으나 결합상품 바람을 타고 작년 말에는 492만명까지 늘었다.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불만 상담도 2010년 794건, 작년 893건 등 매년 늘고 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