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미래모임]패널발표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

20년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오늘 주제발표 중 기쁘게 들린 내용이 많이 있다. 하자보수와 유지보수를 나눈다든가 유지보수요율에 대한 논의,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대규모 연구개발(R&D) 논의 등은 분명 좋은 신호다. 그리고 공생발전 측면에서 내년에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이 굉장히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가 어둡냐는 질문을 받으면 두 가지 이유를 답한다. 하나는 있는 사람이 빠져 나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사람이 오지 않아서 이 산업의 미래는 어둡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소프트웨어를 정부주도 형태, 산업중심으로 생각했다면 지금부터는 인간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대학생들이 전산학과 가서 왜 의사나 공무원이 되려고 다시 공부를 하겠는가. 결과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이런 직업들보다 좋은 않은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며 이런 인식을 바꿔야 한다.

검색 사이트에 `개발자` 관련 질문을 검색하면 대부분이 부정적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단순 노무자가 아니라 말 그대로 라이선스를 개발하는 창조자에 대한 존경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좋은 투수는 타자보다 몇 배의 몸값을 받는다. 이런 환경이 필요하다.

지난 주 신소프트웨어 대상을 주상했는데 윤상식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공생발전형 소프트웨어정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파견돼 일하는 업무 환경이 바뀌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파견 근무는 `월화수목금금금` 업무가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다. 개발자들이 건강한 가정생활을 영위해야 산업도 건강해진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산업중심에서 인간중심으로 다시 한 번 살펴보자는 것, 그리고 파견근무를 20% 미만으로 제한하는 등으로 조건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개발자는 그냥 건설현장 노무자일 뿐이다.

◇김현철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10년 전 학생들과 지금 학생들의 생활수준, 그들이 졸업하고 나서 위치, 사회적 지위를 살펴보면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 그 원인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업의 속성에 대한 분석이 부족한 상태에서 산업정책이 시작된 게 원인이다.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와 부품 소재 등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부품소재와 완성차 산업을 같이 묶어서 정책을 만든 격이다. 소프트웨어로 치면 IT서비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패키지 소프트웨어 등 업의 성격이 다 다르다. 이를 하나로 묶어 10여년동안 정책이 이어져 오다보니 10년 전에 비해 발전하기 쉽지 않았다.

지식경제부 소프트웨어 관련 3개 과 명칭을 IT서비스, 패키지, 임베디드 이런 식으로 바꿔 산업에 맞는 정책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IT서비스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IT서비스 인력만 40만명이 되는 외국 회사가 있는 반면 현재 삼성SDS는 겨우 1만3000명이다. 이러면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

소프트웨어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인력이 나와야 하는데 그냥 인건비 받는 개발자로밖에 안 보고 있다. 그들이 창의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 모델을 만들고 정당한 대우를 해줘야 산업이 발전한다. 일당 받는 개발자로 일하는 한 이는 요원하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대기업에 입사하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그 회사를 주도하는 인물이 되긴 어렵다. 그만큼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인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처럼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소프트웨어 산업이 우대받게끔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왜 좋은 일자리와 좋은 기업이 안 생기겠는가.

◇김진형 카이스트 교수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말하는 소프트웨어는 우리가 말하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정의부터 먼저 정확하게 해야 한다. 구글은 분명 소프트웨어 회사지만 우리나라의 구분에서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니다. 현재 대학 졸업생 중 상당수가 게임업계로 진출하는데 이 역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취급되지 않는다.

게임회사를 한번 살펴봐라. 매출이 상당히 높다. 포털 기업도 그렇고 임베디드 업체들도 수익성이 좋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하면 의례 시스템통합(SI)과 패키지만 얘기하니까 침체된 것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

즉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얘기하려면 깊이 있는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게임은 문화부 소관, 인터넷은 방통위가 담당하는데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과거의 정책에 따른 역효과가 계속 쌓여왔다.

따라서 정책연구소를 중심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연구해야 한다. 많은 돈을 투자하지만 관계되는 연구소는 하나도 없다. 정책연구를 하는 기관을 설립하고 지속적으로 정책 아이템을 내놓고 이를 적용해야 한다.

이번에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법통과에 반대가 전혀 없었다는 것은 아무도 관심도 없고 효과를 예측하는 사람도 없었다는 방증이다. 역효과로 인해 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크다.

과연 이 방법밖에 없는가를 고민해보고 정책을 결정해야 보다 좋은 결론이 도출된다. 나는 이미 많이 늦었고 이 산업을 영원히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싸여 있다. 나 스스로도 40년째 똑같은 얘기만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단일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처럼 소프트웨어 산업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을지 우려가 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