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508GT, BMW 520d 비교 시승해보니…"헉"

프랑스와 독일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세단이자 고연비의 대표주자인 푸조 508GT와 BMW 520d를 비교 시승했다. 평소 서로 경쟁 대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이들이지만 막상 한 자리에 모아놓고 보니 비교하는 재미가 기대 이상이었다. 여러 군데 공통점이 있으면서 또 프랑스와 독일의 문화만큼이나 자동차의 성격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이들 두 모델을 한 링 위에 불러 낸 것이 단지 이름이 같은 5시리즈이기 때문만이었을까?

푸조 508GT, BMW 520d 비교 시승해보니…"헉"

우선 체급부터 비교해 보면 520d는 길이 4899㎜, 휠베이스 2968㎜에 뒷바퀴 굴림이며 508GT는 4790㎜와 2815㎜에 앞바퀴 굴림이다. 520d가 한 사이즈 더 크고 스포츠 세단에 적합하다면 508GT는 편하게 탈 수 있는 패밀리 세단의 모습이다. 가격도 520d가 6350만원이고 508GT는 프리미엄 팩이 적용된 5790만원으로 560만원 차이가 난다.

본격적으로 주행성능을 비교해 보면 508GT는 204마력/45.9㎏.m의 성능을 발휘하는 2.2리터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 최고속도 232㎞/h와 0~100㎞/h 가속 8.2초를 선보인다. 520d는 184마력/39.8㎏.m를 발휘하는 2.0리터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 최고속도 225㎞/h와 0~100㎞/h 가속 8.1초의 성능을 발휘한다. 가속 성능을 제외한 모든 수치에서 508GT가 우위에 있는데 실제 주행에서는 가속력도 508GT 쪽이 좀더 파워풀한 모습을 선보였다. 변속기에서 스포츠모드를 선택하면 그 차이는 더 벌어졌으며 508GT는 시프트패들이 장착되어 있어 보다 공격적인 주행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주행 안정감 역시 508GT가 앞선다는 것이다. 푸조의 서스펜션 세팅 실력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스포츠 세단의 대명사인 BMW보다 하체가 더 안정적일 것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최근 BMW가 안락성을 강조하면서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520d에는 스포츠와 컴포트를 선택할 수 있는 액티브 서스펜션이 장착되어 있어 평소엔 충분히 안락하게 주행하다가 필요할 때 안정감을 높일 수 있어 활용도가 더 높다. 전반적인 주행성능 면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508GT가 520d를 한발 앞섰다. 반면 508GT는 정차 시 엔진 진동과 소음에서 520d의 정숙성에 미치지 못했다.

편의 장비를 살펴보면 508GT는 시프트 패들, 안마 시트, 하이빔 어시스트, 자동 주차 시스템이 장점이고 520d는 전동조절 스티어링 휠, 오토 홀드가 장점이다. 블루투스는 모두 탑재됐고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모두 탑재됐지만 520d가 보다 뛰어난 기능을 제공한다. 두 모델 모두 스마트키가 적용되지만 520d는 도어를 열 때는 키의 버튼을 눌러서 열어야 하는 반쪽 스마트키 시스템이다. 508GT는 도어를 잠그면 사이드 미러가 자동으로 접힌다. 반면 정차 시 시동을 끌 때 520d는 오디오가 살아 있고 508GT는 한꺼번에 꺼져 버린다.

디젤 승용차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비는 낮은 배기량과 8단 변속기의 활약이 돋보이는 520d가 더 뛰어나다. 고속도로 주행만으로 기록한 최고 연비는 520d가 22.9㎞/L, 508GT는 18.8㎞/L였고 400㎞를 주행한 평균 연비는 520d가 16.7㎞/L, 508GT가 14.7㎞/L였다.

BMW 520d는 현재 대한민국 수입차 시장의 최고 베스트셀러로 종결자다운 뛰어난 면모를 자랑했다. 한편 프렌치 프리미엄 세단 푸조 508GT는 520d를 능가하는 파워풀하고 안정적인 주행 성능과 가격 대비 풍부한 편의 장비가 인상적이었으며 비록 520d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동급에서 탁월한 연비로 그 가치를 드높였다.

박기돈 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