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진입장벽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자유로이 들어오는 데 어려움을 주는 요소를 `진입장벽`이라고 표현한다. 초기 시설 투자비용이 너무 많다든지 시장을 과점이나 독점한 기업의 방해가 크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통신서비스나 방송 사업은 애초에 허가권을 획득해야 사업을 할 수 있다. 법적 규제로 확실한 진입장벽이 있는 분야다.

그런데 대부분 제조업에는 진입장벽이 없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와 자유무역협정(FTA)이 확대되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기업은 기득권을 활용해 경쟁자의 출현을 막을 다양한 조치를 취하곤 한다. 이 과정에서 불공정한 수단을 사용한다면 문제다. 하지만 합법적 수단으로 다른 사업자와 차별화를 꾀하는 것은 기업의 주요 경영 수단이다.

우리나라는 적어도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해외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저지해야 할 위치에 있다.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자는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 다양한 전략을 쓴다. 가격을 무기로 내세울 수도 있고 독창적 아이디어로 접근하기도 한다.

여기서 경쟁 기업의 기술을 빼돌려 기술 격차를 단번에 줄이는 부정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삼성과 LG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회로도 일부가 중국으로 유출된 사건이 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OLED 경쟁력은 다른 해외 경쟁사 대비 최소 2∼3년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보안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기술 개발에 더 박차를 가하고 제품 출시에서 보다 속도를 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기술을 선점하는 것은 가장 강력한 진입장벽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표준과 특허권까지 확보한다면 금상첨화다.

김승규 전자산업부 차장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