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업계 사람들, 휴가철 맞아 보따리 싸더니…

내비업계 사람들, 휴가철 맞아 보따리 싸더니…

#1. “지도 업데이트하는 분들이시죠? 아이구 고생 많으십니다. 시원한 커피 한 잔 하세요.”

국내 한 전자지도 업체에 근무하는 이동우 씨는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겪은 일을 떠올리며 웃었다. 새로운 지도 정보 파악을 위해 지방을 내려가던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지나던 사람이 고생 많으시다며 커피 한 캔을 쥐어주고 갔기 때문. `덕분에 내비게이션 잘 쓰고 있다`며 환히 웃는 모습을 떠올리니 더욱 기운이 났다.

#2. 지도 업데이트 팀에 근무하는 최한수 씨는 아침 일찍 큰 가방 보따리를 들고 집을 나섰다. 월요일에 출근한 최 씨의 귀가는 이르면 목요일 오후 혹은 금요일 오전이다. 지도 업데이트를 위해 한 주 동안 차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달라진 도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임무이기 때문이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전자지도와 내비게이션 단말 업체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전자지도 업체들은 휴양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지도 업데이트를 위해 전문 인력을 모두 투입하고 있다. 단말 업체들은 휴가철을 맞아 내비게이션 신제품을 집중적으로 쏟아내며 신규 구매 수요를 잡는데 나섰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비게이션 단말과 전자지도 업체들이 일제히 여름철 성수기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여름철 휴양지를 찾아 떠나는 운전자들이 전자지도와 내비게이션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져 서비스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비상이 걸린 곳은 전자지도 업계다. 여름 휴가시즌을 맞아 대대적인 정기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전문적인 전자지도 업데이트를 위해 현장 근무에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는다. 해당 팀의 정규 직원들이 조를 짜서 차량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당일 둘러봐야 할 지역을 놓고 차가 막히지 않는 시간대를 정해 이동 경로를 전략적으로 짜는 것도 중요하다.

약 한 주에 걸쳐 현장을 둘러본 뒤 본부로 복귀하면 다른 팀에서 변경된 도로 정보를 일제히 반영해 수정 작업을 한다. 데이터를 입력하는 시간에도 다른 현장 팀들이 교대 근무를 통해 전국의 크고 작은 도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맵퍼스 관계자는 “현장 요원들이 직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더위보다는 교통 체증”이라며 “차가 너무 막히면 당일 목표한 지역을 다 둘러보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비게이션 단말 업체들은 연일 신제품 회의에 정신이 없는 모습이다. 내비게이션 성수기인 6월부터 8월까지 매월 1개 이상 신제품 출시를 목표로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내비게이션 시장이 정체·축소하는 상황에서 여름 휴가철은 절대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연간 매출의 30~40%가 휴가철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고성능 대화면에 다양한 편의 기능을 갖춘 신제품을 기획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알려 구매율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아이디어를 모으는데 주력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매립형 제품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 공식 장착점들과 의사소통도 더 중요해졌다”며 “합리적 가격에 최신 제품을 제공해 성수기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