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 분해효소의 사멸 과정이 단분자 구조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작동 원리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규명됐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영준)은 이광록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의 논문(Elastic coupling between RNA degradation and unwinding by an exoribonuclease)이 지난달 29일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전문지인 사이언스지에 게재됐다고 2일 밝혔다.
RNA 분해효소는 세포 내에서 RNA의 양을 줄이거나 완전히 없애 생명유지에 필요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이 교수 연구팀은 미 일리노이대와 코넬대 연구진과 함께 RNA 분해효소가 복잡한 구조를 가진 RNA를 어떻게 제거하는지를 연구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생물물리·생화학·분자생물학 연구분야의 핵심 기술인 단분자 분광법을 이용해 효소의 움직임을 `나노미터` 단위로 관찰했다. 연구팀은 분해효소가 생체로봇처럼 RNA를 분해하면서 나오는 화학적 에너지를 고효율 탄성에너지로 집적시킨 뒤 이를 한꺼번에 기계적 일로 변환 소진함으로써 다차원 구조를 제거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혔다.
유전자조절의 매개체인 RNA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리학적으로 높은 자유에너지 장벽으로 보호되고 있는데 분해 효소가 어떻게 외부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복잡한 구조를 제거하는지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이번 연구는 단백질로 이뤄진 효소가 `에너지 변환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에너지를 고효율 에너지로 축적해 사용하는 생체로봇 기능을 한다는 점을 밝혔다. 이광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순수 기초연구의 성과로서 생명체의 RNA 사멸이라는 중요한 현상을 구조·기능적 원리로써 이해하는데 기여했다”며 “RNA 분해효소의 오작동으로 발생하는 암과 같은 질병의 치료제 개발에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