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200조원대 중책 맡은 권오현 부회장, 배경과 삼성디스플레이 전망은

권오현 부회장이 그룹 내 매출 순위 1, 2위인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를 이끄는 `거인`이 됐다. 당장 두 회사 외형만 합쳐도 연매출 200조원 규모다. 1년차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두 핵심 계열사를 혼자 도맡게 됐다는 점에서 파격이다. 특히 삼성전자 수장이 된 지 한 달이 안돼 또 다른 거대 회사의 중책을 맡은 건 이례적이다.

권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로 선임된 배경에는 여러 관측이 나온다. 일단 겉으로는 `격`과 `능력`을 동시에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연매출 30조원에 이르는 규모와 사업 성격을 감안할 때 전자계열 내 부회장급이 적합하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했다. 전 SMD 조수인 사장이 AM OLED 사업부장으로 선임된 상황에서 윗선에 동급의 사장을 배치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해석된다. 권 부회장이 지난해 7월부터 DS총괄을 맡으면서 LCD 사업 흑자전환을 이룬 경영성과도 선임 배경 중 하나다.

하지만 이면에는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간 굵직한 사업 재편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우선 삼성전자의 DMC·DS부문 분리 시나리오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세트와 부품 사업을 동시에 거느리고 있는 것은 장점과 더불어 단점을 낳았던 것도 사실이다. 부품 사업 고객인 다른 세트 회사로부터 불만을 샀던 일이다. LCD 사업 분사가 세트-부품 분리를 위한 출발점으로 비쳤던 것도 이런 이유다. 반대로 시황에 따라서는 아예 삼성디스플레이를 삼성전자로 다시 통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어떤 식이든 삼성전자 CEO가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를 겸해야만 가능한 시나리오들이다. 이 같은 사업재편 구도를 염두에 뒀다면 삼성디스플레이의 권 부회장 체제는 다분히 과도기적일 것으로 보인다. 올 연말 조직개편·인사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권 부회장은 향후 삼성디스플레이 조직혁신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TV용 대면적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대형패널 양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LCD·OLED 사업부간 조직 통합은 물론이고 LCD사업부에 도입했던 매트릭스 조직체계를 전사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각 라인별 담당이 아닌 공정별 책임자를 둬 상황에 따라 각 라인별 공정을 유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큰 조직에 걸맞은 인사를 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조직혁신과 새로운 시장창출이라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 경영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