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해마다 한두 차례 업데이트를 실시한다. 최근 주목받는 건 스마트폰과 태블릿 환경을 통합한 첫 운영체제 코드명 아이스크림샌드위치(ICS), 안드로이드 4.0이다.
ICS로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면 얼굴을 인식해 잠금을 해제하는 페이스 언락, 근거리통신기술(NFC)을 이용한 안드로이드빔, 셔터를 누르면 곧바로 촬영하는 제로셔터랙 같은 기능을 쓸 수 있다. 운영체제 하나만 바꿔도 새로운 기능을 대거 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주요 업체가 일제히 ICS 업데이트를 실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를 5월 22일, HTC는 레이더4G를 5월 29일, LG전자는 5월 30일부터 옵티머스LTE의 ICS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 ICS 업데이트, 다 되는 것도 아니지만… = 사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를 보면 최신 버전은 의외로 드물다. 지난 6월 1일 구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스크림샌드위치 사용비율은 전체 안드로이드의 7.1%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운영체제는 2년 전 나온 진저브레드, 안드로이드 2.3이다. 더 오래된 프로요 사용자도 19.1%나 된다. 이렇게 오래된 운영체제 버전을 쓰는 이유는 안드로이드가 너무 잦은 업데이트를 하는 것도 있지만 일부 제조사가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현재 나온 스마트폰 중 상당수는 사양이나 제조사의 준비 미흡 등으로 ICS 업데이트를 지원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페이스 언락이나 안드로이드빔, 제로셔터랙 같은 건 모두 ICS의 기본 지원 사항이라는 것. 운영체제만 업데이트하면 이들 기능은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쉽게 말해 힘들게 업데이트해봐야 제조사마다 기능상 차이는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번 LG전자의 밸류팩(Value Pack) 업그레이드 서비스가 눈길을 끈다. LG전자(www.lge.co.kr)는 6월 30일부터 5인치 스마트폰 옵티머스뷰 및 프라다 3.0의 밸류팩(Value Pack)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개시했다. 옵티머스 뷰의 경우, 단순 운영체제 업데이트만 한 게 아니라 옵티머스뷰 간판기능이었던 퀵메모 기능까지 보완했다. 여기에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지능형 음성인식 서비스를 자사 제품 가운데 처음으로 탑재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아이스크림샌드위치에 인터페이스만 덧씌우는 반쪽짜리 업데이트에 안주하고 있지만 LG전자는 옵티머스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밸류팩 업데이트를 마친 옵티머스뷰로 지능형 음성인식 기능을 미리 써봤다.
◇ ICS 업데이트했더니 ‘말문 터진’ 옵티머스뷰 = 화면을 끄거나 켠 상태 관계없이 본체 왼쪽 위에 있는 퀵메모 키를 오래 누르면 음성인식 애플리케이션인 옵티머스 보이스가 실행된다. 지능형 음성인식은 이 상태에서 원하는 내용을 말하면 해당 기능을 곧바로 실행해준다.
# 1 전화번호 추가도 말로? 먼저 간단한 단어만으로 음성 명령을 내려 전화번호를 추가해봤다. “전화번호 추가”라고 말한 다음 이름과 전화번호를 말하면 연락처를 추가할 것인지 음성으로 되묻는다. 이 화면에서 ‘확인’이라고 말하면 연락처를 알아서 저장한다. 조금 틀에 박힌 대답인 것 같아 ‘좋아’‘아니’‘싫어’‘그래’ 같은 말로 대답을 해봤더니 문맥에 따라 알아듣고 저장해준다.
# 2 알아서 일정잡고 확인까지 해주다니… 지능형 음성인식 기능은 토막난 단어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명령을 내려도 곧잘 동작한다. “일요일 오후 1시 홍대에서 커피 약속 추가”라고 말했더니 놀랍게도 ‘일요일 오후 1시’를 날짜로, ‘홍대’를 장소로, ‘커피 약속’을 목적으로 알아챈다. 모조리 인식하고 나선 알아서 캘린더에 일정을 잡아준다.
이렇게 캘린더에 저장해놓은 건 언제든 지능형 음성인식에게 확인해볼 수 있다. “모레 약속 있어?”라든지 “내일 약속 뭐 있어?”라고 물으면 날짜를 스스로 계산해 일정을 확인해서 보여준다. 굳이 캘린더 앱을 띄우고 날짜를 계산할 수고를 줄일 수 있어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 3 `비서야?` 김과장에게 손안대고 전화를 손 안대고 문자를 보낼 수도 있다. 김과장에게 음성만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봤다. 지능형 음성인식에게 “김과장에게 문자”라고 말하니 “메시지 내용을 말씀하세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어제 잘 들어갔어요?”라고 말하니 해당 내용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낼 것인지 묻는다. “아니”라고 말하면 취소, “응”이라고 답하면 알아서 보낸다.
전화를 거는 건 더 간단하다. “김과장에게 전화”라고만 말하면 “김과장에게 연결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해주면서 곧바로 전화를 건다. 주소록에 저장해둔 사람이라면 화면 터치 없이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낼 수 있어 편하다.
# 4 1시간동안 `말`로 검색해보니 다른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한 기능도 쓰기 쉽다. “유튜브에서 개그콘서트 찾아”라고 말했더니 자동으로 유튜브 앱을 실행하면서 개그콘서트에 대한 내용을 스스로 찾기 시작한다. “홍대 카페 검색”이라고 말하니 구글맵을 실행해 홍대 근처에 있는 카페를 찾아서 한눈에 보여준다. 손가락 한 번 움직이지 않고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고 찾았다. 젊은층뿐 아니라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 5 버튼 한 번에 메모 `뚝딱` 옵티머스뷰에 내장된 ‘퀵메모’ 기능은 본체 왼쪽 위에 있는 버튼만 누르면 어떤 환경에서도 바로 메모가 가능하다. 굳이 전용펜을 쓸 필요 없이 손가락으로도 쓸 수 있어 편리하다.
퀵메모 기능 역시 밸류팩 업데이트를 거치며 더욱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바뀌었다. 펜 색상이나 종류를 고를 수 있는 퀵메모 툴바를 자유롭게 숨기거나 꺼낼 수 있어서 더 넓은 공간을 메모하는 데 쓸 수 있다.
퀵메모 기능으로 글자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실수를 저질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에는 지우개를 이용해 지우는 것 이외에는 달리 수정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밸류팩 업그레이드를 마치면 퀵메모 툴바 왼쪽에 ←.→ 버튼이 생긴다.
이 버튼을 이용하면 마지막으로 메모를 하기 전 상태로 화면을 되돌릴 수 있다. 워드프로세서나 그래픽 프로그램에 기본 탑재되는 언두.리두 기능을 퀵메모에서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최대 10단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다 자유로운 메모가 가능해졌다.
◇ ICS 업데이트는 기본, 특화 기능이 경쟁력 = 물론 한국어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옵티머스뷰가 밸류팩 업데이트로 지원하게 된 지능형 음성인식 기능은 생소한 단어가 아니라 문장까지 빠르게 인식한다. “예”“아니오” 같은 틀에 박힌 대답 대신 다양한 의사 표현을 알아채 마치 대화하듯 여러 기능을 이용할 수 있어 편하다.
감탄을 한 건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십분 발휘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부 음성인식은 “그저께” 같은 말도 못 알아듣지만 지능형 음성인식은 “그그저께”라고 얘기해도 알아챈다. 한국말에서 느낄 긍정이나 부정적 의미도 문맥에 맞게 해석해서 대답한다.
물론 스마트폰 제조사가 아니더라도 안드로이드 자체도 꾸준히 음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구글I/O 기간 중 공개한 안드로이드 4.1 젤리빈에는 음성인식 키보드와 검색 기능이 대거 추가됐다. 하지만 이들 기능이 국내 소비자가 원하는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결국 국내 시장에 특화된 서비스는 여전히 구글에 의존하는 대신 독자 개발이 필요한 셈이다. 더구나 올 하반기부터 쿼드코어 AP와 고용량 메모리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대거 등장해 그간 성능 문제로 구현하지 못했던 여러 기능이 빛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도 소비자의 만족감을 높여줄 만한 부가기능을 더하려는 업그레이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