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 이젠 망 공존으로]<2>(2)스마트TV 제조사가 말하는 해법

[망 중립, 이젠 망 공존으로]<2>(2)스마트TV 제조사가 말하는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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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KT 인터넷망 기반 삼성전자 스마트TV 사용자는 큰 불편을 겪었다. 인터넷 접속이 필수인 스마트TV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닷새간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지난 2006년부터 꿈틀대기 시작한 망 중립성 논의가 올해 국내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 망 중립성 논란은 IPTV 서비스 시작 직후 제기됐다. 이젠 스마트TV뿐만 아니라 새로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등장하며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부상했다.

◇트래픽 과부하 감당 안돼 vs 경쟁 서비스 견제 수단=통신사업자는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대용량 인터넷 트래픽을 모두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나 스마트TV 등 관련기기 제조사가 망 투자금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업적 목적으로 망을 이용하는 사업자에는 별도 요금제를 책정해 사용 대가를 부과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통사는 미국에서 사용량에 따른 요금제를 허용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일정 용량 이상 트래픽을 관리하거나 헤비 유저를 관리하는 방안을 규제 기관이 인정한 해외 사례도 강조하고 있다.

극단적인 망 중립성이 아닌 `공평 이용 원칙(Fair Use Policy)`을 적용해 다수 일반 이용자의 인터넷 이용 환경을 개선하고 통신망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를 위해 헤비 유저에게는 1일 사용량을 제한하거나 일정 기준 이상 사용량을 초과하면 속도를 제한하는 등 다양한 관리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과도기적 해결책으로 트래픽 유발 단말에 망 대가 부과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TV는 대용량 트래픽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통신 업계에서는 스마트TV와 기존 IPTV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네트워크 구조가 달라 별도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트워크 투자비를 제품 가격에 포함하고 이를 유통 부문에서 보조해주는 등 소비자 부담을 줄이면서 망 투자비를 지원받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IPTV는 중앙 백본에 몰리는 트래픽 부하를 분산하고자 지역별로 노드를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반면에 스마트TV는 일반 서비스와 같은 구조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별도 망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IPTV는 일정 다운로드 속도를 유지하지만 스마트TV는 최고 다운로드 속도가 있어 IPTV의 몇 배에 이르는 트래픽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나 스마트TV 제조사 반응은 싸늘하다. 그동안 이통사가 IPTV 등 자사 망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주도권을 쥐어왔는데 제조사 기반 스마트TV가 등장하고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 등 기존 수익을 위협할 수 있는 경쟁 서비스가 등장하자 인프라 투자 분담을 요구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통사 요구대로 콘텐츠 사업자가 망 사용 대가를 지불하게 되면 지불 능력이 없는 신생 벤처 기업은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할 수도 있어 통신 시장의 공정 경쟁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통신사업자에 접속회선료를 지불하고 있는데다 수많은 콘텐츠 사업자가 자유롭게 진입해 서비스하는 환경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일일이 계약을 맺고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망 사용 대가를 어떤 기준으로 책정해야 하는지도 모호하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망 사용 대가 기준을 통신사의 망 고도화 투자비용으로 할지 혹은 콘텐츠 사업자의 수익을 기준으로 할지 모호하다”며 “콘텐츠 사업자별로 트래픽 발생량에 따른 망 사용 대가를 세분화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콘텐츠 사업자와 스마트TV 제조사는 이통사가 기존 보유한 시장 지배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새로운 망 중립성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벌어진 보이스톡 서비스 방해 논란처럼 이통사가 단순히 트래픽 과부하를 우려해 패킷을 차단한 것을 넘어 기존 자사 서비스를 위협할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콘텐츠 사업자는 이통사가 보유한 강력한 인프라 지배력을 부당하게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새로운 유무선 인터넷 환경에서 다양한 콘텐츠와 IT 기기가 생겨나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통신사업자와 경쟁할 서비스는 전략적으로 배척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올해 불거진 스마트TV 접속 차단 문제나 보이스톡 서비스 방해 논란은 실제로 사용자가 피해를 본 사례여서 더욱 우려가 크다.

◇모바일 유비쿼터스 환경에 대비해야=과거와 달리 올(All) IP 융합 환경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모바일 유비쿼터스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다. 새로운 인터넷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에 업계도 공감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이 경제 선진화를 이룰 핵심 인프라인 점을 인식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에 이어 모바일 유비쿼터스 시대에서도 우리나라가 강국이 되려면 네트워크 인프라 고도화는 물론이고 개방성도 함께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망 중립성 논의는 네트워크 인프라 고도화와 개방성을 놓고 이통사와 콘텐츠 업계가 대립하는 형국이다.

현재 콘텐츠 업계에서는 네트워크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차별 없이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하는 통신사업자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통신사업자는 네트워크 관리 권한을 비롯해 망 투자와 수익성 제고를 위한 권한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업계에서는 새로운 통신 생태계의 상생협력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네트워크 인프라의 개방성과 고도화가 모두 요구되고 있어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망 중립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통신사업자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성장한 콘텐츠 사업자 간 충돌은 새로운 인터넷 환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인터넷 이용자의 권리와 통신 사업자의 권리와 의무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 때다.

표. 이상적 선순환 체계 (※자료: MIT Communications Futures Program, 2005년)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