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앤장 법률사무소 안미령·이정운 변호사입니다.
정보기술(IT) 및 인터넷 서비스 산업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이 분야 종사자들이 이직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IT·정보통신 업계는 50% 정도가 경력직을 채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경쟁업체와 동종 업체들로부터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전직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직하는 직원들에 의한 영업비밀 침해 사례도 더욱 증가 추세입니다.
올해 초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IT보안인력의 이직에 따라 전 회사에서 제기한 전직금지 가처분에 대해 1년간 경쟁사로 이직을 금지하는 이른바,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을 인정해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린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몇 가지 대표 사례를 통해 이러한 이직을 둘러싸고 제기될 수 있는 쟁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A씨는 X회사의 프로그래밍 기술자다. Y회사에서 더 좋은 근로조건을 제시하면서 전직 의사를 타진해 왔다. A씨는 고민 끝에 전직을 결심했다. X회사에서 개발 작업을 하면서 사용했던 내부 데이터가 아까운 생각이 들어, 복사해 집으로 가져갈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전직 과정에서 기존 직장에서의 자료를 가져갈 수 있을까. 또 있다면, 경쟁사로 이직해 계속 사용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전직·이직 과정에서 당사자 입장에서 큰 유혹을 느끼게 되는 관심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때 첫째로 문제가 되는 것은 과연 대상 정보와 자료 등이 법률상 전 직장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우리 법원은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한다. 요건으로는 (1)비공개 자료로서 (2)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3)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다. A씨의 경우 해당 내부 데이터가 회사 내부에만 사용되고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데이터인지, 내부데이터가 사업적 활용도나 작성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감안할 때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X사에서 내부데이터를 보존하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등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그러한 3가지 요건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해당 자료 자체를 영업비밀로 보지 않는다.
만약, A씨가 가져가려는 데이터가 이미 대외적으로 공개된 경우라면, 요건이 되지 않는다. 즉, 영업 비밀이 아니다. 반면 비공개 데이터는 주의해야 한다. 해당 자료가 꾸준히 비공개 데이터로 유지된다는 것과 A씨가 가져가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는 점은, 간접적으로 (2)와 (3)의 요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전직 관련해서는 영업비밀의 보호와 직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전직을 통해 직장을 구해 생계를 유지한다는 이익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최근 들어 법원에서 영업 비밀 요건을 더욱 면밀하게 검토하는 경향도 보인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이라 함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영업비밀 침해금지를 명하기 위해서는 그 영업비밀이 특정돼야 한다. 하지만 상당한 정도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가지고 경쟁사로 전직해 종전의 업무와 동일·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상대로 영업비밀침해금지를 구하는 경우, 사용자가 주장하는 영업비밀이 영업비밀로서의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 및 영업비밀로서 특정이 되었는지 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주장하는 영업비밀 자체의 내용뿐 아니라 근로자의 근무기간, 담당업무, 직책, 영업 비밀 접근 가능성, 전직한 회사에서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과 성격, 사용자와 근로자가 전직한 회사와의 관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7. 16. 자 2002마4380 결)
B씨는 X회사의 소프트웨어 제품을 판매하는 영업직 사원으로 인천 지역을 담당하고 있던 중 탁월한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급기야 해당 지역 고객을 꽉 잡고 있다는 평을 업계에서 듣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B씨는 X회사의 주요 경쟁사인 Y회사로 이직했고, 그 후 인천지역의 고객들이 Y회사로 옮겨가자 X회사는 이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한다.
B씨가 X회사와 경업금지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영업 자료를 갖고 이직을 하고자 하는 경우, 법원은 이 같은 경업금지 위반여부에 있어서 사안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린다. 만약 이미 동종업계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어 일부 구체적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있다고 하더라도 입수하는데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지 않았던 경우, 이직이 가능하다고 본다.
예컨대 바이어명단, 납품가격, 아웃소싱 구매가격, 물류비 가격산정 자료, 원가분석자료, 마진율, 거래처정보, 거래처명부 등은 이미 동종업계 전반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고, 구체적 내용까지는 알려져 있지 않아도 이를 입수하는데 그다지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는 사안에서 이직을 금지할 만한 이익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곤란하다.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봐야 한다.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가 이에 해당한다. 반대로 판례의 취지를 거꾸로 해석하면, 동종업계에 알려져 있지 않고, 내용을 습득함에 있어서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드는 영업 자료라면, 영업 비밀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B씨가 인천지역의 고객들과 다년간 쌓아 놓은 깊은 친분관계·신뢰관계 역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측면이 강해, X회사가 배타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영업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례도 있다. 따라서 영업직 사원의 이직과 관련해 영업 자료가 문제되는 상황에서는 해당 자료의 영업 비밀성 및 그에 따라 해당 직원의 전직을 금지할 만한 충분한 보호이익이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Y회사는 경쟁사인 X회사로부터 A씨와 B씨를 채용하려고 하는데, Y회사의 채용담당자인 C씨는 경쟁사의 우수한 직원들을 이렇게 채용하기 위해 어떤 사항을 확인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인사담당자가 동종업계에서 실력을 검증 받은 인재를 채용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때도 X회사와 해당 직원 사이에 고용계약이 존재하고 위 두 가지 사례에서 논의한 영업 비밀을 침해할 경우 법적 책임을 주의해야 한다. 이에 따라 많은 사항을 체크해야 한다.
우선, 해당 근로자가 이직을 할 수 있는지 여부는 X회사와의 경업금지 약정의 유무에서 출발한다. 체결돼 있다면, 구체적으로 해당 약정의 유효성을 검토해야 한다. 지나치게 긴 기간을 정했거나, 금지의 범위가 너무 넓은 경우라면 해당 조항 자체가 법률적으로 무효가 되거나 그 효력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 상황에 따라서는 X회사로부터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Y회사로 옮긴 이후에 대한 영업비밀 보호 및 전직금지 서약을 받는 등의 조치도 필요할 수 있다. 실제로 X회사 입장에서는 유용한 인재인 A씨와 B씨의 이직으로 인해 타격을 받을 수 있으므로, Y회사를 상대로 전직금지가처분이나 손해배상청구 등을 제기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따라서 채용절차와 이직한 사람들의 배치, 처우 등에 있어 Y회사로서는 위와 같은 법률적 위험을 감안해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Y회사 담당자로서는 체크리스트 등 점검사항을 만들어서 위와 같은 사안에 가장 합리적인 업무처리 방식을 정해 두는 등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둘 필요도 있을 것이다.
IT 업계의 경력직의 이직은 전반적으로 피할 수 없는 추세다. 그에 따른 법률적 위험에 대한 경각심 및 이직의 자유 등 충돌되는 법적 이익에 대한 논의가 아직 충분히 활발하지 못하다. 즉, 향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직을 둘러싼 법률 분쟁에 있어 합리적인 기준을 정착시킴으로써, 이직을 하는 직원개인이나 전 직장의 영업비밀의 이익 그리고 기업들의 직원 채용 등 경영활동의 자유 등이 조화롭게 보호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로서 법률적 분쟁을 최소화하고, 이직 및 채용의 과정에서의 관계자들의 법적 안정성도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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