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가 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 세탁기와 에어컨 부품을 전량 납품하는 기린정밀공업(대표 장진선)의 생산라인은 숨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에어컨 판매가 급증하는 여름 성수기를 맞아 `MC2-400` 프레스에서는 분당 10개의 알루미늄 금형틀이 쏟아져 나왔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세탁기와 냉장고 생산물량은 한달 평균 18만대 수준으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 전량 납품하고 있다. 지난 2004년 경기도 용인에서 광주 하남산단으로 둥지를 옮긴 이 회사는 2010년 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1차 협력업체로 승승장구했다.
장진선 사장은 “광주사업장이 염가형 가전모델의 물량을 해외로 일부 이전하면서 생산량이 다소 감소됐지만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했다”고 말했다.
때마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바람이 일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가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상생운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기린정밀공업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지난해 28곳의 글로벌 강소기업 선정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는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90% 가량 집중된 세탁기 라인과 에어컨 분야의 비율을 조정하는 한편, R&D 인력을 대폭 보강해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장광희 기린정밀공업 총괄상무는 “해외법인 이전으로 매출하락을 피부로 느끼고 있을 때 `가물에 단비`처럼 협력사 지원프로그램이 나왔다”며 “삼성전자가 기술, 연구개발, 제조, 경영관리 분야 전문가를 파견하면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처음 시작한 삼성전자의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사업 덕을 본 기업은 기린정밀공업만이 아니다. 뉴모텍, 영림테크, 대창 등도 글로벌 강소기업에 선정됐다.
삼성전자는 기술, 연구개발, 제조, 경영관리 등 전반적인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이 기업들에게 자금과 인력, 제조 분야를 지원했다. 기술개발과 운전·투자 자금과 함께 개발·제조 인력을 파견해 공정 전반을 컨설팅했다. 또한 협력사 장비의 특허 및 검증 절차도 지원했다.
덕분에 에어컨, 냉장고, 생활가전 모터를 개발하던 뉴모텍은 소용량 차량용 모터에서 대용량 차량용 모터까지 제품을 다각화하는데 성공했다. 주력산업인 생활가전 모터 산업에서 전기자동차 관련 산업까지 사업구조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4월 선정된 냉장고 선반 등 사출전문기업인 대창은 삼성전자의 정밀실사와 기업평가를 통해 체질개선에 나섰다. `글로벌 부품 없이 글로벌 제품없다`는 삼성전자의 의지에 따라 기술 및 운전자금 지원이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가전용 프레스 전문제조기업인 영림테크도 삼선전자에서 파견된 컨설턴트의 조언을 받아 효율성 개선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매년 육성 대상 협력사를 추가로 선정해 2015년까지 총 50개사로 지원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매년 평가를 실시해 세계시장 점유율 5위 이내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협력사에는 인증서를 수여한다.
고범석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과장은 “강소기업 협력사업은 단순히 납품관계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체질 강화가 주목적”이라며 “글로벌 경기침체 등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협력업체와 상생협력 분위기를 확산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