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해상풍력 사업이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무리한 사업 추진 일정과 기술력 부족 등으로 참가 업체들이 하나 둘 발을 빼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TX중공업과 유니슨, DMS는 정부가 추진 중인 100㎿ 규모 해상풍력 실증단지 사업에서 빠지기로 최근 결정했다. 실증단지 건설은 2019년까지 총 2.5GW 규모로 조성되는 서남해 해상풍력단지의 1단계 사업으로 당초 3개 업체는 3~7㎿급 풍력터빈을 1~2대씩 공급할 계획이었다.
STX중공업 관계자는 “정부의 일정과 7㎿급 터빈 개발완료 시기가 맞지 않아 사업에서 빠지게 됐다”며 “7㎿급 터빈 개발은 계속 진행할 계획이며 완료 일정은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3개 업체는 2년 내 대용량 터빈을 개발해 인증획득을 거쳐 실증단지에 건설하는 작업이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실증단지에 이어 조성되는 400㎿급 시범단지 사업에도 참여가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실증단지에 대한 종합평가를 통해 시범단지 참여율을 차등배분 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서남해 실증사업에는 참여하지만 제품 개발 시기를 이유로 한국남부발전·삼성중공업과 추진 중이던 제주도 해상풍력 사업에서는 하차하기로 했다. 100㎿ 규모 1단계 해상풍력단지가 완성되는 2014년까지 5.5㎿급 상용생산이 힘들다는 판단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단계 사업이 종료되는 2014년까지 5.5㎿ 제품을 개발해 인증을 받고 실제 설치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기는 무리”라며 “2015년이면 상용화가 가능해 2단계 사업에는 충분히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은 부족한 기술력을 이유로 해상풍력사업 이탈이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지난해 발표한 `그린에너지 전략로드맵`에 따르면 우리나라 풍력 기술수준은 선진국 대비 65%, 국산화율은 73%다. 기술력에 부족한데도 세계 유수업체들도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대용량 제품의 상용화 시기를 너무 빠르게 잡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세계 1위 풍력업체인 베스타스도 지난해 7㎿급 해상풍력발전기인 `V164` 모델의 개발 계획을 밝혔지만 프로토 타입이 2014년, 상용화 제품은 약 2년이 더 지나야 나올 전망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해상풍력 실증사업은 다소 빡빡한 일정이지만 글로벌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잡기 위한 야심찬 목표”라며 “STX중공업·유니슨·DMS를 제외한 업체들은 순조롭게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는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을 통해 대형 해상풍력발전기 개발에 성공하는 업체가 1~2곳이라도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며 “두산중공업의 3㎿급 제품은 이미 상용화 단계이고 5㎿나 7㎿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 풍력산업이 수출산업으로 발돋움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터빈공급 계획
자료=지식경제부
함봉균·유선일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