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oIP 알맹이 없는 토론회 너도나도…이슈 편승 `포퓰리즘` 논란

이동통신사 대관업무 담당 임원 A씨는 요즘 회사에서 업무를 볼 시간이 거의 없다.

19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의원들에게 인사를 다니는 일정도 빡빡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불러내는 건 각종 망 중립성 관련 토론회다. 의원실을 비롯해 정부기관, 민간단체까지 같은 주제로 연일 행사를 연다. A씨는 “매 토론회마다 새로운 내용을 발표할 게 없어 사실 갈 때마다 똑같은 말을 한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주최한 mVoIP 관련 토론회 장면.
지난 22일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주최한 mVoIP 관련 토론회 장면.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논란에 편승한 망 중립성 관련 토론회가 난립하고 있다. 국회의원·정부기관·각종 연구소가 앞다퉈 유사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소모적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토론보다는 이슈에 편승해 이름을 알리는 `포퓰리즘`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높다.

지난 달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은 반대 측에 있는 각 업계의 의견을 따로 듣겠다며 두 번의 토론회를 열었다.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이 후원한 공공미디어 연구소 토론회도 같은 달 열렸다. 이번 달 12일에는 미래기획위원회가 `대한민국 통신망 대전쟁, 해법과 미래는?`이라는 주제로 비슷한 내용의 토론회를 연다. 일주일 뒤인 19일에는 KT 계열사 임원 출신인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또 관련 토론회를 연다.

분 단위로 시간을 나눠 쓰는 기업 임원들로선 같은 주장을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해서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계속 똑같은 말을 하다 보니 이제 자료 준비도 딱히 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래도 자칫 `미운털`이 박힐까봐 사양은 못한다.

특히 여론전에서 수세에 밀려 있는 통신업계로서는 더욱 조심스럽다. 다른 관계자는 “사실 임원이 안 가도 똑같은 내용의 발표를 할 수 있긴 하지만 의원이나 정부부처 고위급이 주최하는 토론회에 임원 대신 팀장을 보내면 주최자가 곱게 보겠느냐”고 말했다.

카카오 `보이스톡`이 등장하기 전에도 각종 학회 등에서 망 중립성 관련한 토론회는 꾸준히 열어 왔었다. 보이스톡이 나오고 통신업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자 정치권이 너도나도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일부 의원이 개원 전부터 쏟아내는 보도자료나 기자회견도 마찬가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슈가 터진 후 이에 편승해 자신의 이름으로 뭔가를 해보려는 건 정치권의 오랜 습성이라 놀랍지도 않다”며 “다만 mVoIP는 한쪽으로 편향된 여론을 극복하고 공존의 해법을 담는 것이 필요한데 정치권이 이를 이끌어낼 의지를 갖고 행사를 여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