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이 오늘내일이다.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모두 9.4%를 올린 데 이어 1년 만에 세 번째 인상이다. 기업들은 수출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면서도 전기요금 현실화에 공감하는 눈치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전기요금이 가장 싼 편에 속한다는 것은 잇따른 언론보도로 이제는 삼척동자도 안다. 지난 2010년 한국의 주택용과 산업용 전기요금은 각각 ㎾h당 91.3원과 63.8원이라고 한국전력은 발표했다. 미국(주택용 127.6원·산업용 74.8원)과 일본(주택용 255.2원·산업용 169.4원)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OECD 평균 가격(주택용 157원·산업용 109원) 이하다.
문제는 얼마나 올릴 것인지 하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두 자리, 정부는 4% 이하에서 팽팽한 줄다리가 한창이다. 전기요금은 `정치요금`이라는 말이 회자된다. 적자구조를 벗어나려는 한전은 수익을, 지식경제부는 전력수급 안정을, 기획재정부는 물가를, 대선을 앞둔 청와대는 민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4인4색에 전력당국은 고민이다.
교과서적인 논리를 도입하면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1㎾h 전력생산 원가를 소비자 요금에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그러면 전기요금은 지금보다 15% 이상 올라간다. 전기요금을 올려 8조원이 넘는 한국전력의 적자구조를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다. `전력생산단가=판매단가`로 맞추면 소비자는 전기료 부담에 스스로 아끼고 절약한다. 한겨울 독일 사람들이 내복을 꺼내 입는 자린고비가 교훈이 될 수 있다.
전기요금 인상은 기대한 효과가 반드시 나타나야 한다. 찔끔찔끔 올렸다가 내성만 생기면 아니한만 못하다. 지난해 두 차례 전기요금 인상이 그랬다. 잠깐 전력수요가 줄었다가 한 달 뒤 다시 늘어났다.
기업에 예측경영은 필수 요소다. 전기요금도 그렇다. 최근 만난 한 CEO는 아예 연 단위로 몇 %의 인상률을 정해 기업들이 전기요금 인상을 예측하도록 하는 게 어떠냐고 주문했다. 그래야 원가경쟁력과 에너지절감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광양제철소 산소공장에 스마트인더스트리를 구축해 수백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한 포스코의 사례가 좋은 본보기다. 기업 스스로 생존을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한전의 적자구조는 해외사업에도 치명적이다. 부진한 재무성적표는 연거푸 고배의 쓴잔이다. 국제입찰은 재무상태 부적격자에 사업을 맡기지 않는다. 반면에 한전 자회사인 발전회사들은 해외사업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전력수급 문제를 요금인상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요금 현실화 뒤에는 한전의 강력한 업무혁신이 전제되어야 한다. 여기에 국제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요금이 오르고 소비자가 적절이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에너지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