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가전유통 M&A 연이은 불발…이유와 파장은?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가전유통업계 대형 인수합병(M&A)이 연이어 무산됐다.

이번주에만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두 가전전문 유통업체의 M&A가 잇따라 불발됐다. 전문가들은 부진한 경기상황으로 인수 후보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기에 부담이 커진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달 29일 본입찰을 마친 웅진코웨이는 물론이고 대우일렉 등의 매각작업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형 M&A 줄줄이 무산=하이마트와 전자랜드는 지난해 말부터 알짜 매물로 꼽혀왔다. 가전유통사업에 관심이 있는 대기업들은 단번에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롯데와 신세계, SK, GS 등이 두 회사를 경쟁적으로 인수하면서 가전유통 시장의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대기업 계열은 물론이고 지난달 25일 본입찰을 거쳐 하이마트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던 MBK파트너스마저 막바지에 손을 뗐다. 전날에는 신세계가 전자랜드 인수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주원인은 경기 불확실성=무엇보다 경기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M&A 불발의 가장 큰 원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28일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면서 “극도로 불안 경제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런 시대에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사실상 당분간 신규 사업 투자는 없다는 뜻이다. 롯데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다른 인수 후보군들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신세계의 전자랜드 인수 포기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기에는 보수적 자금 사용계획을 짜는데다, 인수기업의 매출이 줄 가능성이 커지면서 인수 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하이마트·전자랜드 인수 불발 자체가 또 M&A 시장 전반을 얼어붙게 하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에서 오랜 경쟁관계인 롯데와 신세계의 신경전도 무시할 수 없다. 하이마트를 롯데가 아닌 MBK가 인수할 것으로 나타되면서 신세계는 전자랜드와 협상을 포기했다. 인수 후보군 간 `상대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른 협상에도 영향 주나?=하이마트와 전자랜드 인수가 모두 불발되면서 M&A 시장의 급랭은 불가피하다. 경기침체기는 섣부른 M&A가 오히려 독이 된다는 `승자의 저주` 우려가 커질 때다.

당장 웅진코웨이 매각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관심이다. M&A 시장 자체가 얼어붙으면서 투자자들의 성향이 보수적으로 변했다. 웅진코웨이 본입찰에는 롯데그룹과 GS리테일, MBK, 콩가 등이 뛰어들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인수전에서 유력 후보였다가 후퇴한 롯데가 웅진코웨이를 끌어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콩가가 다른 후보군에 비해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외국계 인수에 부정적 인식이 많다는 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일렉은 이달 말 예비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일렉트로룩스와 보쉬, 펀드 2곳, SM그룹 등이 인수의향서를 내고 M&A에 가담했다. 최근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어떤 영향을 나타낼지 주목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