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 지원을 기치로 출범한 아산나눔재단이 사실은 정치 홍보용 조직에 불과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아산나눔재단은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명예 이사장이다.
아산나눔재단은 지난달 24일 청년 창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제1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출범 후 8개월여 만에 내놓은 대규모 창업 관련 행사다. 13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서울·울산·강원 등 9개 권역에서 순차적으로 지역대회를 실시한 후 8월 14일 결선을 치른다.
업계에선 정주영 창업경진대회가 새누리당 대선 경선을 앞둔 정 의원의 선거홍보용으로 기획됐단 의혹이 나오고 있다. 대규모 전국 창업경진대회답지 않은 급한 일정 때문이다. 첫 지역경선이 열리는 경기도는 사업 공고 후 10여일 만에 접수를 마감한다.
3~4일, 짧게는 하루 간격으로 지역대회가 열리고 첫 지역경선부터 최종 결선까지 한 달 안에 마무리된다. 참가자에게 제대로 사업계획서를 가다듬을 물리적 시간을 제공하지 않을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다. 비슷한 방식의 중기청 창업경진대회 `슈퍼스타V`는 지역예선에서 결선까지 7개월이 걸린다.
의혹의 핵심은 지역대회가 압축적으로 열리는 기간이 새누리당 대선 경선 일정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21일부터 8월 19일까지 대선 후보 선거운동에 돌입한 후 다음달 20일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해당 기간 9개 지역을 순회하며 여는 창업경진대회가 선거철을 맞은 정치인 지역 유세와 닮았다.
실제 정 의원은 예선이 열리는 지역 몇 곳을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의 당내 경선 참가가 불투명하지만 후보로 나설 경우를 대비해 전국 규모 창업경진대회를 급하게 진행한다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작은 경진대회를 준비하는 데도 수개월이 걸린다는 걸 감안하면 급하게 기획돼 빠듯하게 진행하는 정주영 창업경진대회는 정상적인 운영이 아니다”라며 “창업경진대회 개최에 다른 의도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아산나눔재단 활동을 둘러싼 의혹은 이번만이 아니다. 재단은 4·11 총선을 한 달 앞둔 3월 10일부터 31일까지 4회에 걸쳐 `생활 창업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총선을 앞두고 재단 첫 공식 행사가 정 의원 지역구 `동작을`에 위치한 숭실대에서 열린 것과 기술 기반 청년창업 지원이란 평소 공언과 달리 중·장년층 대상 단기 소자본 생활창업 지원행사였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정 의원은 `생활창업 아카데미` 첫 행사가 열린 10일 숭실대를 찾아 참가자를 대상으로 축사를 했다. 당시는 4·11 총선 공식 선거운동기간 전이었다.
재단은 창업경진대회와 정치 일정은 전혀 관계없다는 주장이다. 재단 관계자는 “창업경진대회가 급하게 진행되는 측면은 있지만 행사 자체는 재단 설립 직후부터 준비해 온 것으로 정 의원 정치활동과는 무관하다”며 “지방을 도는 일정은 평소 투자자를 만나기 힘든 소외된 지역 창업자 배려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