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형 인큐베이터 모델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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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형` 창업 인큐베이터 모델이 생겨난 것은 빠른 모바일 시대에 대응하기 쉽기 때문이다. 강수남 씨윗코리아 센터장은 “시시각각 변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웹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대기업처럼 자본과 마케팅력은 필요하지만 한편으로 조직을 슬림화해 기동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빠른 정보기술(IT) 시장이 이런 형태의 회사를 탄생시켰다는 설명이다. 임원·관리부서 몇 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영업 인력이 인턴으로 채워지는 것도 그 이유다. 단기 계약 위주 인력으로만 구성해 사업 전환도 쉽고 빠르다.

하지만 이들의 출현과 기능에 논란이 있다. 우선 배경이다. 모바일 초고속 통신망이 전 세계에 구축되고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이 `인터넷 버블`로 막을 내린 지난 2000년대 초반과 다르지 않다. 독일 DAX, 영국 FTSE100 지수 등 주요국에서 주식 시장이 2007년 최고점을 찍은 후 하락 추세다. 부동산도 투자처로서 매력을 잃어간다.

갈 곳을 잃은 돈이 창업 시장에 흘러 들어와 단기간에 이익을 실현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다른 매력적인 시장이 나타나면 자본은 순식간에 빠져나갈 수 있다. 실업률 상승으로 정부 차원에서 창업을 부추기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올해 국내에서만 약 1조7000억원 규모 펀드가 창업을 위해 조성됐다.

무엇보다 창업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혁신으로 무장한 벤처기업이 고사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건전한 벤처 문화를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기획형 인큐베니터들은 벤처의 기본 정신인 `도전` `창조` `혁신`성이 떨어진다. 혁신 창업자들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를 그대로 모방해 자본력과 마케팅력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게 이들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글로시박스, 요기요 서비스는 인큐베이터 한국 지사장이 대표를 겸임한다. 스타트업 기업으로 보기도 어렵다. 경영진은 급여를 인큐베이터에서 받는다. 골목상권까지 장악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대기업과 다르지 않은 행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기획형 인큐베이터는 스타트업 창업자와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협력을 논의하다가 갈라선 뒤 동일한 시장에 진출했다. 아이디어를 낸 창업자는 공세에 밀려 사업 아이템을 다른 쪽으로 선회하고 약 6개월간 서비스 출시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류 소장은 “IT업계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는 건 다양성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이들의 장악력이 커지면 부동산 투기 같은 `돈 놓고 돈 먹기` 시장으로 비칠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