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텔라(Nutella)는 일명 악마의 잼으로 불린다. 이 이탈리아산 헤이즐넛 초콜릿 잼이 악마의 잼으로 불리는 이유는 한스푼 열량만 해도 15g 80Kcal에 이르기 때문이다. 호주 국민 과자인 팀탐(Tim Tam)은 ‘악마의 과자’로 불린다. 이 제품 역시 200g당 1,040Kcal에 이르는 높은 열량이 이유다.
이들 제품은 모두 열량이 높아 ‘악마의 음식’ 반열에 이름을 올렸지만 열량이 높은 만큼 인터넷 게시판을 채운 중독 마케팅 용어가 인기에 한 몫 했다. 앉은 자리에서 한 통을 다 먹었다거나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식이다.
악마는 특별함 외에 강렬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면서 마케팅 활동에서도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케팅에서는 함부로 사용했다가는 브랜드 이미지에 큰 낭패를 볼 수 있는 섬뜩한 단어. 하지만 이런 단어에 팩트로 확인되는 놀라운 콘텐츠가 믹스 되면 긍정적인 시너지를 일으키는 마법의 단어다.
올해 상반기 보습제품계에서 ‘악마크림’이 이슈였다. 계절별 맞춤보습이라는 컨셉의 이 수분크림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보습력을 인정 받으며 세간에 “악마의 보습력을 지닌 크림”으로 알려l졌다. 악마의 나쁘다가 아닌 효능에 반전이 숨어 있었던 것. 최근엔 악마의 향이라는 궁금증을 일으키는 또다른 이슈로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여름철을 위해 개발한 악마크림 3탄 “타잔크림”에서 나는 시큼하고도 독특한 향을 두고 네티즌들은 ‘악마의 향’이다는 평을 보이고 있다.
회사측에 따르면 타잔크림의 주성분인 천연 유기농 아사이는 지구의 심장인 아마존에서 자란다. 아마존 열대과일에서 나는 시큼하고 단향이 악마 향의 실체다. 이렇듯 악마의 향이지만 그 실체는 매력적인 콘텐츠 반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극한의 부정 콘텐츠로 성공한 사례도 있다. 남양유업이 선보인 프렌치카페는 악마의 유혹이라는 헤드카피를 붙여 소비자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빠른 시간 안에 확산하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프랑스산 레드와인 말리뇨는 ‘악마의 와인’이다. 이 와인 라벨에는 악마 그림이 붙어 있다. 중세 시대 흑사병(페스트)이 유럽 전역에 유행하자 이를 막는다는 의미로 악마를 그려 넣어 주고받는 유행이 생겼다고 한다. 천사가 악마를 제압해 술병 속에 봉인했다는 프랑스 전설까지 맞물려 말리뇨는 악마의 와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 ‘나쁘다’를 ‘특별한 반전’으로 바꾼 마케팅=악마가 들어간 음식이나 제품이 인터넷이나 실제 소비자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팩트를 기반으로 하는 놀라운 콘텐츠, 바로 특별한 반전에 있다. 한때 인터넷에서 악마의 음료가 인기를 끌면서 스타벅스가 선보인 그린티 프라푸치노 벤티 사이즈가 ‘장난 아닌 칼로리’로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결국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악마 마케팅의 본질은 ‘특별한 반전’을 찾는 소비자의 심리와 ‘스토리텔링’의 중요성, 찰나의 이미지 전달에 필요한 ‘강렬함’에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