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 콰이어트](https://img.etnews.com/photonews/1207/303357_20120705140126_436_0001.jpg)
20세기 초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대규모 이민이 시작됐다. 작은 마을에서 소소한 친분을 쌓던 사람들의 생활 패턴도 함께 변하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보는 낯선 이들과 갑자기 만나 이윤 추구를 위해 협력해야하는 질서가 형성됐다. 인간의 외향성은 이 때부터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저자는 이런 흐름을 `인격의 시대`에서 `성격의 시대`로 변화했다고 정의한다.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고민하던 인격의 시대에서 타인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를 고민하는 성격의 시대로 가치관이 이동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사회가 외향성을 롤 모델로 떠받들고 내향성을 `숨기거나 벗어나야할 어떤 것`으로 몰아세우게 되었는지를 말해주는 역사적인 맥락이다.
심리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대인 두 세명 중 한 명은 내향적인 사람이다. 그들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파티보다는 독서를 좋아한다. 혁신과 창조에는 열광하지만 자기 자랑은 싫어한다. 여럿이 일하기보단 혼자 어딘가에 콕 박힌 채 고독한 작업을 즐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외향성 이상주의`라는 신념 체계가 우세한 세상에 살고 있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사교적이고 지배적이며 스포트라이트에 익숙하다. 이들은 숙고보다는 행동을, 의심보다는 확신을 좋아하고, 조심하기보다는 위험을 무릅쓴다. 반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사회에서 실망스러운 것 아니면 병적인 것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
정신분석학적으로는 어떻게 나뉠까. 이 두 가지 성향을 가장 먼저 발견한 칼 융은 내향적인 사람은 생각과 느낌이라는 내면세계에 끌리고 외향적인 사람은 사람과 활동이라는 외부세계에 끌린다고 했다.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 지낼 때 배터리를 충전하지만 외향적인 사람은 남들과 어울리면서 충전이 된다. 가까운 친구와 와인을 홀짝이거나 낱말 맞추기를 하거나 책을 읽는 것이 휴식이 되는 내향적인 사람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가파른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아야 기분이 좋아지는 외향적인 사람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우리 삶은 성별이나 인종에 따라 달라지듯이 성격으로부터도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성격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내향성-외향성 스펙트럼 중 어디쯤에 위치하는가에 따라 달려있다. 한 과학자는 이를 `기질의 남과 북`이라고 했다. 이 스펙트럼의 어느 지점에 있느냐가 선택하는 직업과 성공하는 여부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 책은 현대산업사회가 `협업`이라는 새로운 작업방식을 통해 세상을 풍요롭게 하고 그 효율을 극대화시킨 이래로, 영원히 낡고 구시대적으로 느껴지던 인간의 성향인 `내향성`에 대한 모든 과학적, 역사적 맥락을 찾아봄으로써 인간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프레임을 제시한다. 우리는 과연 우리 안의 내향성과 외향성에 대해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가격 1만4000원.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