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설립하고 싶다면? 여러 길이 있다. 혼자서 모든 일을 책임지고 할 수도, 스타트업 준비 프로그램에 들어갈 수도 있다. 운 좋으면 개인이나 기관 엔젤투자자를 만나 투자금도 받고 멘토링을 받는 방법도 있다. 조금 다른 형태의 스타트업 기업을 만들기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는 어떨까.
`기획형 인큐베이터` 사업 모델을 고수하는 팀유럽 한국 지사를 이끄는 5인방을 만나봤다. 팀유럽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배달 음식 예약 서비스 `딜리버리히어로` 자회사 `요기요`를 국내에 설립했다.
루돌프 에브너정 팀유럽 지사장 겸 요기요 대표와 나제원 사업개발책임자(CDO) 부사장은 매킨지에서 근무했으며 크리스토프 마이어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은 독일 최대 컨설팅 회사 롤랜드버거 출신이다. 박지희 마케팅 부사장은 대기업에 있다가 인터콘티넨탈 그룹 싱가폴 지사에서 일했다. 빅터칭 기획책임자(CPO)는 정보컨설팅 회사 인포넷에서 일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조직에서 나사처럼 일하며 좁은 부분만 보는 게 싫었다”며 “이 곳에서 조직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어 부사장은 “컨설팅을 하면 자기 일을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지만 팀유럽에서는 주인의식(오너십)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표현했다.
정 대표는 “LG전자·엔씨소프트· 씨디네트웍스 등 다수 회사를 거치면서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스타트업은 의사결정 구조가 수평적이고 빠르다”며 “한 사람에게 많은 권한이 주어진다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자랑했다.
팀유럽은 다른 인큐베이터와 달리 본사에서 해외 지사 임원을 고용하고 임금을 지급한다. 새로 설립하는 회사의 일정 지분을 할인 가격에 받는다. 오너십을 가질 수 있는 구조다. 모회사에서 받은 투자금은 전적으로 한국에서 결정하고 사용한다.
이 때문에 `무늬만 스타트업`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나제원 부사장은 “오히려 벤처 생태계가 활성화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소셜커머스 회사를 세웠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위메이크에 매각한 슈거딜을 처음 만들었을 때 개인 대출을 받았는데 망했으면 다 갚아야 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 정 대표는 기획형 인큐베이터에 컨설팅 회사 출신으로 채워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길러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는 요기요같은 배달음식예약 서비스가 다수 존재한다. 어떤 스타트업 모델이 성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일하는 사람이 꾸는 꿈은 비슷했다. 이들은 “즐겁게 일하고 소비자 인식을 바꿀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