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 업계가 국내 슈퍼컴 시장 성장 정체와 매출 감소에 따른 위기를 타계하기 위해 발굴한 신성장사업이 결실을 맺고 있다. 국내 슈퍼컴 시장은 수년간 500억원 규모에 정체돼 있어 업계는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해 왔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슈퍼컴을 포함한 국내 고성능 컴퓨팅(HPC) 전문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신규 사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HPC 전문업체는 SGI코리아, 테라텍, 샌디아시스템즈, HPC코리아, 클루닉스 등 대여섯 곳이다. 이 중 SGI코리아와 클루닉스, 테라텍 등이 클러스터링과 병렬분산 컴퓨팅 등 전통적 HPC 분야 외에 신규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는 SGI코리아다. SGI코리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멀티터치 디스플레이 제조사 `퍼셉티브픽셀`과 총판 계약을 맺고 디스플레이 사업을 추진해왔다. 퍼셉티브픽셀은 투 터치 등 제한된 센서 능력을 갖춘 기존 터치스크린과 달리 무제한 동시접촉이 가능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퍼셉티브픽셀 제품은 지난해 JTBC를 시작으로 올해 MBC, SBS, KBS에 82인치 장비가 공급돼 지난 4월 총선 선거방송에서 그 성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단 한 번의 오류도 없이 선거방송을 무사히 끝마쳤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SGI코리아는 올 1분기 베스트 리셀러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현 SGI코리아 상무는 “선거 기간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먼저 선거 방송에서 멀티터치 디스플레이의 이미지를 널리 알릴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 제품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국방을 포함한 공공과 의료 분야로 하반기부터 이 분야를 집중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와 지리정보시스템(GIS) 분야에서 곧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클루닉스는 슈퍼컴이 활용되는 공학용 소프트웨어(SW) 분야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접목시켰다. 기업 연구소 등 연구개발(R&D) 영역에 사용되는 슈퍼컴을 내부 연구원들이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 핵심이다. 가스공사를 비롯해 고성능 컴퓨팅이 필요한 고객사를 중심으로 점차 수요가 늘고 있다. 최근엔 국방과학연구소(ADD)에 고성능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 구축을 마무리했다.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HPC 사업을 준비해온 테라텍은 향후 3~4년 안에 국내 슈퍼컴 시장에 붐이 일어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 전까지는 HPC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한편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안정적 매출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주력사업인 인텔 서버 공급은 더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마이SQL 국내 총판 사업, 방화벽 및 보안 솔루션 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슈퍼컴 육성법이 발효됐지만 올해 기본계획 수립 후 실질적인 시장 활성화가 이뤄지기까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생존을 위해 신성장동력을 찾아 나서는 슈퍼컴 업체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슈퍼컴 업체 신성장 사업 현황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