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산업 공동브랜드 중복성 논란

지난해 초 A사장은 한국광기술원으로부터 광주광산업 공동브랜드인 `럭스코(LUXKO)` 인증을 취득하는데 수천만원 예산과 전담 연구인력을 투입했다. 해외시장을 공략하는데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A사장은 최근 광주시가 새 공동브랜드 `MIG`를 상표등록하고 육성한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했다. 몇 년에 걸쳐 고생고생해서 `럭스코` 인증을 받아 놨는데 다시 따라는 말이냐며 분통도 터뜨렸다. 현재 이 회사 사무실 한켠에는 제품출시를 앞둔 `럭스코` 상표가 인쇄된 포장지가 수북이 쌓여 있다.

광주광산업 공동브랜드 중복성 논란

광주 기업들이 광주시가 광산업육성을 위해 추진하는 공동브랜드 `럭스코`와 `MIG` 때문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중복성 논란마저 일었다.

광주시는 지난 2003년부터 브랜드 관리를 위해 10억 가까운 예산을 `럭스코`에 투입했다.

`럭스코`는 국내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 등에 차례로 상표등록한 상태다. 한국광기술원이 실시하는 엄격한 규격심사를 통과한 업체 제품에 한해 사용권을 부여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광산업제품을 뜻하는 `럭스코`는 워드마크, 캐릭터, 시험인증 시스템을 구축해 지난해 말 현재 글로벌광통신 등 17개사 23개 제품이 인증 받았다. 올해는 프로맥엘이디, 대진디엠피 등 10여 곳이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인증과정을 준비한다. 수차례 테스트에 떨어지면서 기술력을 보완해 왔다. 특히 광통신의 경우 `럭스코`만 있으면 유럽시장에서 기술력과 안정성 모두를 인정받고 있다. KS나 에너지고효율기자재 인증보다 한 단계 위의 시험인증으로 자리도 잡았다.

업체들이 혼란에 빠진건 지난해 광주시가 느닷없이 공동브랜드 `MIG`를 내놓으면서부터다.

광주시는 이 브랜드의 수출 계획부터 발표했다. MIG의 제품 성능이나 규격, 스펙, 홍보전략 등 세부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은 상태였다. 졸속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리상 허점도 들어났다. 우수제품의 판로지원 및 도시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 6월 특허청에 우선심사로 LED투광기 등에 `MIG` 상표를 출원하고 대대적인 홍보전까지 전개 했지만, 현재 이 상표를 어떤 업체에 적용할지 기준조차 없는 상태다.

광주시는 지난 5월부터 취재에 들어가자 부랴부랴 광주테크노파크와 상표사업 위탁협약을 체결했다. 사업관리, 홈페이지 구축, 사용료징수 등에 관한 업무도 이때부터 이관했다.

이관 과정에서 예산도 당초 요청했던 8000만원에서 대폭 깎인 2000만원으로 줄었다.

광주 한 업체 관계자는 “MIG 상표승인 기준도 럭스코 인증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차별성을 찾을 수 없다. 럭스코 운영주체인 한국광산업진흥회와 사용권에 관한 협의도 안된 상태”라며 “광산업의 일관된 이미지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MIG는 광주에서 생산, 가공, 판매되는 우수제품임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브랜드로 럭스코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위탁기관인 광주테크노파크와 협의해 세부 추진사항을 꼼꼼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