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발명가와 창업가

“나름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하고 창업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비스 자체는 좋은데 수익 모델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아이템을 바꾸고 새 모델을 넣고, 다시 원점에서 시작했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 방향성이 보입니다.”

최근 1년여 만에 다시 만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처음과 다른 아이템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유는 수익 창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패드(태블릿PC) 시장의 빠른 성장을 예상하고 태블릿용 교육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예상과는 다른 성장 부진으로 사업 운영이 쉽지 않았다. 결국 기존 아이템을 접고 SNS 기반 스마트폰 앱 개발로 방향을 잡고 개발에 한창이다.

아이템을 바꾸기까지 결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첫 프로젝트에 들어간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눈에 밟혔을 게 뻔하다. `본전`이 생각날 만한 상황. 또 중간에 아이템을 바꾸는 것이 왠지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것에 연연하다 새로운 시장 진입 기회도 사라질 만큼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제가 하고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있고, 시장이 원하는 걸 만드는 것이 창업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얻은 값진 경험이죠.”라고 말했다. 한 벤처캐피털(VC) 대표는 아직도 `창업자`보다 `발명가`가 더 많은 게 스타트업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발명가의 패착은 시장을 보지 않는 폐쇄적 시각이란 설명이다. 시장 현실과 변화에 맞춰 아이템을 가다듬고 상황에 따라 전면적 방향 전환도 필요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걸 만드는 데 집중하는 발명가는 현실 고려가 없다는 뜻이다.

시장 변화에 맞춰 아이템을 가다듬고, 바꾸는 건 당연한 변화고 진화다. 발명가가 될 것인가, 창업가가 될 것인가 판단은 분명하다. 스타트업의 변신은 혁신이다. 그리고 발명가가 아닌 혁신적 창업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