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제품 유통시장에 연 매출 4조원 이상을 차지하는 가전유통 공룡이 탄생했다. 지난 주말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전격 인수하면서 전자제품 유통시장에도 격변이 예상된다.
롯데쇼핑은 1조2480억원에 하이마트 최대주주인 유진기업, 2대주주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3대주주 HI컨소시엄이 소유한 지분을 취득했다. 회사가 인수한 지분은 약 1540만주로 전체 하이마트 지분의 65.25%에 달한다.
업계는 이번 인수로 롯데의 전자제품 유통에서의 시장 지배력 강화를 예상하고 있다.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등 자체 유통채널의 전자제품 매출 규모와 하이마트의 규모를 합치면 4조3000억원대다. 전자제품 유통에서의 제품 확보와 보급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또한 롯데 포인트 등 기존 롯데 서비스와의 연계 등도 관심사다.
◇하이마트의 경영권 변화=롯데는 하이마트의 고용 인원을 모두 승계하기로 결정했다. 임원은 3년, 직원은 5년을 보장한다. 하지만 CEO를 포함한 핵심 경영진의 결정은 전적으로 롯데의 몫이다. 임금도 일부 문제를 낳는다. 하이마트의 임금 수준이 롯데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향후 급여 정책을 놓고 일부 잡음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안이 있지만 현 하이마트 대표인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퇴임이 예정돼 있어 롯데 측 담당 임원이 하이마트 대표로 취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롯데 디지털파크와 하이마트 운영 전략=롯데마트는 가전제품 체험형 매장인 디지털파크의 로드숍 오픈을 예고한 바 있다. 현재 하이마트는 전국 310여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어 디지털파크와 판매 지역이 일부 중복될 수 있다. 업계는 롯데가 두 매장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입장이다. 두 곳을 각각 운영할 경우 풍선효과로 인해 한 쪽의 매출이 늘고 다른 쪽은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롯데마트 안에 위치한 기존 12개 디지털파크는 현행 유지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전자제품 제조사도 긴장=`롯데표 하이마트`의 등장에는 제조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가전 제조사와 가격 협상력이 엄청나게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아온 하이마트다. 여기에다 롯데의 결합으로 구매협상력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최대 가전 메이커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이고 중소·중견 제조사, 다국적 가전 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 제조사들은 하이마트, 롯데마트, 백화점, 홈쇼핑, 인터넷몰에 이르는 채널을 통합해 롯데가 협상 테이블을 열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경쟁사 행보=롯데의 주요 경쟁사인 신세계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신세계는 이마트의 전자랜드 인수가 결렬된 후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는 신세계가 시간을 두고 전자랜드 인수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가전유통전문점 전자랜드는 최근 내부 조직 결속강화과 영업망 점검에 착수했다. 인수합병(M&A) 결렬 후 자체 경영으로 전자제품 유통시장에서 성장 모델을 찾겠다는 움직임이다.
김승규 seung@etnews.com·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