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컴팩트 크로스오버, 아우디 Q3 시승기

프리미엄 컴팩트 크로스오버, 아우디 Q3 시승기

여러 번 이야기했었던 ‘슈테펜볼프’ 이야기를 또 꺼내야겠다. 아우디의 가장 작은 크로스오버 SUV Q3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2000년 등장한 아우디 슈페텐볼프는 2도어 4인승 차체에 높은 지상고와 콰트로 시스템, 강한 심장으로 무장해 스포츠카와 오프로더를 아우르는 소형 크로스오버 컨셉트카다. 물론 스타일에서 Q3와 슈테펜볼프는 많이, 아주 많이 다르다. 하지만 당시 무척이나 매료됐었던 그 컨셉을 떠 올리면 작고 쿠페를 닮은 차체에 지상고가 높으며, 콰트로 시스템과 강력한 TDI 엔진을 장착한 Q3가 A4 올로드 콰트로와 함께 현실적으로 가장 근접한 모델이라는 생각이 든다.

프리미엄 컴팩트 크로스오버, 아우디 Q3 시승기

아우디 Q7, Q5 아래 Q3가 등장한 것은 지난 해 상해 모터쇼에서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원했던 컨셉에 근접하면서 디자인이 멋져 보였다. 하지만 실제 만나 보니 디자인에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앞모습은 많이 심심하고, 키는 큰데 뒤는 비스듬히 깎아 좀 땅딸막해 보인다. 내게 디자인을 손 댈 권한이 있다면 벨트 라인과 지상고는 그대로 두고 지붕만 10cm 정도 날려 버리고 싶다. 키만 더 낮았어도 훨씬 더 임팩트 있는 스타일로 개성을 연출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슈테펜볼프처럼 말이다.

프리미엄 컴팩트 크로스오버, 아우디 Q3 시승기

이름이 Q3이니 Q5보다 작은 SUV일 것은 짐작이 가는데 얼마나 작은 걸까? 그 동안 아우디의 소형 SUV는 Q5였고, 폭스바겐의 소형 SUV는 티구안이어서 티구안과 Q5를 같은 플랫폼의 형제차로 봤지만, 실제 사이즈에서는 Q5가 더 컸었다. 무엇보다 휩베이스 차이가 컸다. 그런데 Q3가 등장해서 사이즈를 비교해 보니 결국 Q3가 티구안에 더 가까웠다. 티구안은 크기가 4,430 x 1,810 x 1,705mm에 휠베이스 2,604mm다. Q3는 4,385 x 1,831 x 1608mm에 휠베이스 2,603mm다. 길이와 높이가 티구안보다 작고, 너비는 더 넓다. 휠베이스는 불과 1mm 짧다. Q5는 4,629 x 1,880 x 1,653mm에 휠베이스 2,807mm다.

결국 Q5는 BMW X3와 동급이었고, 티구안은 그 아래급인 X1과 동급이었다. 그리고 이제 Q3가 프리미엄 컴팩트로 X1과 경쟁하게 되었다. X1은 크기가 4,454 x 1,798 x 1,545mm에 휠베이스 2,760mm다. 너비와 높이는 Q3가 더 크지만 길이가 X1이 좀 더 길고, 휠베이스도 약 16cm가 더 길어 서로 다른 성격을 표현하고 있다.

Q3에 다가가면 가장 먼저 스마트 키가 아닌 것이 아쉽다. 물론 버튼 시동도 아니다. 하지만 시동을 걸고 나면 많은 부분에서 첨단 장비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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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Q5에 비해서 많이 수수한 편이지만 고급스런 아우디의 분위기는 그대로다. 특히 계기판과 스티어링 휠, 기어 레버가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오디오 조작부에 MMI를 통합해 놓아 기능적으로는 상당히 진보한 형태다. 데시보드 상단의 모니터는 팝업식이 아니고 고정식이다. 한글 MMI를 완벽하게 지원해서 아이폰에 들어있는 가요의 제목도 한글로 잘 보여준다. MMI는 이런 형태의 인터페이스 중에서는 가장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디오 스티리밍 블루투스와 오디오의 음질은 무난한 수준이다. 파노라마 썬루프는 유리 가운데 부분에 얇은 띠로 분리되는 방식이어서 개방감이 뛰어나다. 디퓨저처럼 부드러운 채광이 가능한 블라인드도 전동으로 작동된다. 2 열 공간은 티구안과 비슷한 수준이고, 지붕이 비스듬히 누워 화물 공간은 약간 손해 보지만 스타일을 위한 희생으로 감수하면, 공간이 크게 아쉬운 수준은 아니다.

MMI가 통합된 오디오 조작부와 에어컨 조작부 가운데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와 ‘오토 스타트 스톱’ 조절, 자동 주차 보조 시스템 등을 조절하는 버튼이 자리하고 있다. 근육질의 스티어링 휠에는 시프트 패들도 장착돼 있다. 기어 레버는 상단에 ‘S tronic’ 로고로 장식해 화려하고 스포티하다. 기어 레버 아래에는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와 오토 홀드 버튼이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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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아우디의 다른 모델에서도 그랬는데, Q3 역시 오토 스타트 스톱과 오토 홀드가 연동되지 않는다. 오토 스타트 스톱은 브레이크를 밟아 차가 멈추면 자동으로 시동을 끄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다시 자동으로 시동을 걸어 출발하는 기능이고, 오토 홀드는 브레이크를 밟아 차가 멈추었을 때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브레이크를 유지하고 있다가 출발하기 위해 엑셀을 밟으면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기능이다. 그런데 Q3에서 오토 스타트 스톱과 오토 홀드를 함께 가동한 경우 브레이크를 밟아 차가 멈추면 오토 스타트 스톱에 의해 시동이 꺼지는데, 이때 오토 홀드도 작동됐으니까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오토 홀드가 브레이크를 유지하고 있어서 차는 움직이지 않지만, 시동이 걸려 버린다. 오토 스타트 스톱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상황을 감지해 시동을 건 것이다. 결국 오토 스타트 스톱을 활용하여 정차 시 시동을 끈 상태를 유지하려면 브레이크를 계속 밟고 있어야 하고, 정차 시 오른발이 편하도록 오토 홀드를 사용해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오토 스타트 스톱이 무용지물이 된다. BMW는 안 그렇다. 오토 스타트 스톱과 오토 홀드가 동시에 적용되면, 차가 멈추고 시동이 꺼진 후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시동이 꺼진 상태를 유지해 준다. 물론 엑셀을 밟으면 시동이 걸리면서 브레이크도 풀려서 출발하게 된다.

한편 오토 스타트 스톱은 디젤 엔진인데도 시동을 끌 때는 아주 부드럽게 꺼진다. 시동이 걸릴 때는 아무래도 디젤 엔진인 만큼 진동이 꽤 크게 느껴진다.

프리미엄 컴팩트 크로스오버, 아우디 Q3 시승기

엔진은 2.0 TDI 디젤 직분사 엔진으로 최고출력 177마력/4,200rpm, 최대토크 38.8kg.m/1,750rpm을 발휘한다. 0~100km/h 가속은 8.2초, 최고속도는 212km/h이며, 평균연비는 복합연비 기준으로 14.1km/L에 이른다. 변속기는 듀얼 클러치 방식의 7단 S 트로닉이다. 빠른 순발력에다 부드러운 변속, 그리고 뛰어난 효율까지 갖춰 어느 것 하나 아쉬울 게 없는 변속기다. 디젤 엔진이지만 기어를 내릴 때 회전수 매칭도 확실하고, 화끈한 스포츠 모드에 패들 시프트까지 갖춰 다이나믹한 주행에서도 매력이 넘친다.

Q3의 주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가속력이다. 2리터 엔진을 얹은 SUV 중에서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 더 큰 Q5나 출력이 낮은 티구안보다는 당연히 빠르고, 직접 적인 경쟁모델이라 할 수 있는 X1의 3가지 2리터 엔진 중에서, 0~100km/h 가속 7.3초를 발휘하는 204마력의 xDrive 23d를 제외하면, 같은 177마력과 비슷한 가속성능 8.1초를 발휘하는 X1 xDrive 20d와 함께 동급 최강의 성능이다. 이는 170마력의 골프 GTD의 8.1초와도 비슷한 성능이어서, 골프보다 큰 덩치에다 콰트로까지 장착한 SUV로서 얼마나 빠른 가속력인지 실감할 수 있다. Q3를 타는 내내 컴팩트 SUV의 경쾌한 달리기에 흠뻑 빠져 지낼 수 있었다.

변속은 4,500rpm에서 이루어지며, 35, 60, 95, 138, 178km/h에서 각각 변속한다. 100km/h로 정속 주행할 때 회전수는 1,700rpm이다. 경쾌한 가속력과 더불어 고속 주행 안정성도 좋은 편이긴 한데, 키가 크고 휠베이스가 짧은 SUV라서 그런지 기대보다는 바람에 의한 진동은 편이었다.

프리미엄 컴팩트 크로스오버, 아우디 Q3 시승기

Q3에는 서스펜션과 주행방식을 조절하는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어, 컴포트, 오토, 다이나믹, 이피션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그 중 추천은 이피션시다. 물론 가끔 다이나믹을 선택해서 Q3의 화끈한 달리기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평소에는 이피션시를 선택해서 연료를 아끼는 게 더 나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피션시를 선택하더라도 다이나믹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다소 반응이 더딘 것이지 일상에서 굼 뜨는 느낌은 전혀 아니고, 그냥 여유를 즐기는 수준이어서 아쉬울 게 별로 없다.

이피션시에서는 주행 중 엑셀에서 발을 떼면 회전수를 아이들링 수준으로 낮춰 주는 ‘타력 주행’으로 연비를 더 높여 준다. 이 때는 계기판 중앙에 한글로 타력 주행이라고 표시해 준다. 그런데 타력 주행은 엑셀에서 발을 떼면 작동이 되지만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회전수가 올라가 버린다. 조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브레이크를 밟아 감속할 때도 타력 주행을 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아우디 Q3 2.0 TDI는 전천후 라이프 스타일을 고급스럽지만 가볍게 누리고픈 이들에게 최적화된 프리미엄 컴팩트 크로스오버 SUV다. 2리터 디젤 엔진으로 탁월한 주행 성능을 즐길 수 있으면서 뛰어난 연비와 콰트로 시스템의 탁월한 안정성, 그리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커버하는 공간 활용성이 돋보인다. 가격을 생각했을 때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은 스마트키 시스템이 빠진 것이다.

글, 사진 / 박기돈 (rpm9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