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다. BMW는 7이 가장 높고, 아우디는 8이 가장 높은데 기아가 9를 내 놨다. 물론 이름이 9이긴 하지만 실제로 7과 8과 9는 같은 급이다. 기아 K9 말이다. 그리고 벤츠 S가 같은 급이다. 기아가 에쿠스와 같은 플랫폼으로 K9를 내 놓자 여기저기서 7시리즈와 S클래스와의 비교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디자인이 닮았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7시리즈가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던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를 국내 최초로 장착하고 나온 것도 논란이다. 현재 지구상에 등장한 최고의 자동차 기술이 망라돼 장착된 점이 부각되면서 누구나 비교의 결과를 궁금해하는 듯하다.
그래서 RPM9도 기아 K9 3.8 프레지던트와 동급의 엔진을 장착한 BMW 740i를 비교 무대에 올렸다. 우선 크기는 K9이 5090x1900x1490㎜에 휠베이스 3045㎜이고, 740i는 5072x1902x1479㎜에 휠베이스 3070㎜로 거의 비슷하다. 외관 디자인은 보는 이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740i가 중후함이 강조되었다면, K9은 우아함이 더 강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엔진은 K9이 3.8 GDI 엔진으로 최고출력 334마력과 최대토크 40.3㎏·m를 발휘한다. 740i는 예전에 알고 있던 것처럼 4.0리터 엔진이 아니라 3.0리터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출력 326마력과 최대토크 45.9㎏·m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K9이 에쿠스와 같은 자동 8단인 반면 740i에는 아직 자동 8단이 얹히지 않아 6단이다. 양쪽 모두 조이스틱을 닮은 형태의 전자식 변속레버로 조작 방식이 비슷하다. 전자식 변속레버는 조작에 익숙해지면 무척 편리한 장비다.
실제 주행에서는 740i의 초반 응답성이 월등히 뛰어나고 재 가속에서도 조금 더 빨랐다. 배기량과 흡기 방식이 다르지만 K9 역시 740i의 0~100㎞/h 가속 5.9초에 거의 준하는 실력을 갖췄다. 일반도로와 고속도로로 나가서 주행을 하면 두 모델의 서로 다른 성격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740i는 스포츠세단의 표준답게 모름지기 자동차는 도로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듯 도로 위를 달리는 동안 끊임없이 도로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던 반면 K9은 매우 조용하고, 안락한 주행을 선보였다. 도로 위를 달리지만 도로를 의식하지 않고, 도로와 완벽하게 차단된 안락한 공간에서 이동하는 것을 목표로 한 듯하다.
두 모델 모두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준 것은 단연 HUD(헤드 업 디스플레이)다. BMW는 HUD의 원조답게 컬러 HUD를 이미 5시리즈에도 적용하는 등 적극적인 라인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K9의 HUD도 현존 최고 버전인 듯 풀 컬러에 속도, 내비게이션,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상황, 후방 경보 시스템, 차선 이탈 경보 장치 등 원조인 740i보다 더 다양한 정보를 알차게 제공하고 있다. HUD는 K9의 최고 강추 아이템이다. 그 외의 다양한 장비들을 살펴보면 ASCC, 오토 홀드,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열선 스티어링 휠 등은 두 모델 모두 갖추고 있다. 740i에 장착된 i드라이브와 대응하는 K9의 통합 조작키는 아우디의 MMI에 더 가까운 방식이다. 시트 진동 경보 시스템, 하이빔 어시스트, 어댑티브 풀 LED 헤드램프, 후측방 경보 시스템, 차고 조절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등은 K9에만 더 있는 기능들이다. 거기다 스마트 폰 앱을 통해 원격 시동, 에어컨·히터 가동 등이 가능한 UVO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 이 외에도 K9에는 상당히 아기자기한 기능들도 많이 숨어 있다.
BMW 740i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프레스티지 세단으로 최고의 주행 성능과 안정성을 선보였고 차선이탈 경고장치, 헤드업 디스플레이,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스톱 앤 고 기능 등을 갖추고 1억3410만원이다. 기아 K9은 정숙성과 안락한 주행에서 점수를 더 얻었고 첨단 기능 면에서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기능들이 거의 빠짐없이 적용되었으며 한국이 자랑하는 IT와 감성적인 면에서 앞섰다. K9은 모든 기능을 다 적용한 최상위 프레지던트 트림이 864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