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의지 2.0=대통령의 형이 구속된 것은 그렇게 해서라도 감춰야 하는 더 큰 잘못이 있어서라는 해석이 그럴듯하게 떠돈다. 그만큼 현 정권에 대한 다수 유권자의 불신은 넓고 깊다. 부정부패 때문이 아니다. 애초에 현 정권에 `도덕적으로 완벽함`을 기대한 사람이 많은 것 같지 않다. 불신은 정부가 가려는 방향과 국민이 가려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에서 근원한다. 정부가 중점 추진한 한일군사협정이나 4대강사업, 미디어정책 등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대다수 국민은 현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낀다.
이런 시점에 `일반의지`라는 제목을 단 책이 등장한 것이 반갑다. 일반의지야말로 국민 모두가 진정 가려는 길이기 때문이다. 일반의지란 프랑스 정치사상가 루소가 `사회계약론`에서 중요하게 다룬 용어다. 개인들이 사회계약을 통해 사회공동체를 구성한 다음에는 개인 의지의 집합체인 공동체 전체의 의지, 즉 일반의지를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다. 일반의지는 흔히 `주권`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정부는 일반의지를 수행하는 대리인에 불과하다. 일본인인 저자는 일본이나 한국 모두 대리인들이 일반의지를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 정부가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반의지를 어떻게 아는가이다. 민주주의에 익숙한 우리는 `토론`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수많은 토론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낸 결과물, 이것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집약된 일반의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토론을 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충분한 정보가 주어진 상태에서는 토론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의지를 아는데 더 유익하다는 것이다. 상식과 벗어난 말이라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저자는 루소의 말을 인용해 `차이`를 강조한다. 토론을 하면 차이가 사라지고 결국은 더 설득력 있는 집단의 의견만이 정책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이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집단지성` 예를 든다. 전문가 몇 명이 모인 것보다는 수많은 다양성을 갖춘 일반인들이 머리를 맞댈 때 답을 찾아낼 확률이 높아진다는 과학적 연구결과를 동원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수많은 의견을 정당을 통해 접수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방식은 일반의지를 훼손할 수 있다. 차이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오히려 순간순간 안건이 있을 때마다 유권자의 의견을 묻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구글과 트위터 같은 인터넷 환경의 발달은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한다.
직접민주주의, 포퓰리즘 등 다양한 반론이 가능한 주장이고 저자 역시 그에 대한 답을 준비해놓고 있다. 답답한 정치 현실에 새로운 시각을 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스스로의 역할을 다 하는 것 같다. 아즈마 히로키 지음. 안천 옮김. 현실문화 펴냄. 1만5000원.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