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중추인 국내 소재·부품산업의 체질이 강해지고 있다. 지난 상반기 소재·부품산업 무역수지 흑자는 작년보다 8.4% 늘어난 433억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성장세 둔화의 영향이 조심스럽게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상반기 소재·부품 산업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수입은 5.6% 줄어든 것도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세계 선두를 향해 달리고 있는 국내 전자 부품 업계에는 적신호다. 이에 전자신문은 전자 부품 업계가 또 한번 변화의 시기를 맞은 지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가며 `중견` 기업으로 도약할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참석자(가나다 순)
김경원 전자부품연구원 원장
김영도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 구매전략팀장
박일준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정책국장
박환우 성호전자 사장
이소영 IT여성기업인협회 경기지회장
사회=서한 전자신문 소재부품부장
-사회(서한 전자신문 소재부품부장)=각 분야에서 글로벌 중견기업 육성에 느끼는 어려움과 문제점은 무엇인가.
◇박환우 성호전자 사장=부품 제조업은 특성상 대기업 의존도가 높다. 대기업의 완제품 사업이 힘들어지면 부품업계도 같이 추락한다.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독자적인 마케팅으로 특정 대기업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지속적인 R&D 개발과 전략이 필요하지만 투자금과 기술이 부족하다. 특히 전문 R&D 인력 수급과 육성이 가장 어렵다. 전문 연구원 제도, 대기업 인력의 파견 근무 등을 활용해 인재를 확보하고는 있지만 턱 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언어 장벽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도 쉽지 않다.
◇이소영 IT여성기업인협회 경기지회장=신성장동력 산업 등 국가 차원의 로드맵이 발표되지만 정작 중소기업 지원은 미미하다. 대기업은 연간 몇 십억원 이상을 지원받지만 중소기업은 1억~2억원 가량이 고작이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했으나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은 중소 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분야에 빅데이터, 클라우딩 등이 들어오고 있지만 데이터를 활용할 인프라가 없는 중소기업은 대응하기 어렵다. 전자 산업이 점차 스마트화·그린화되며 중소기업은 설 자리가 없다.
◇박일준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정책국장=지경부는 최근 중견기업 육성 정책에 가장 힘을 쏟고 있다. 중견기업을 육성해 전자산업의 기반을 튼실히 하는 한편 일자리 창출 효과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중소기업의 사람·기술·비용 등 모든 부문에 지원이 필요한지 선택적 지원이 필요한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견기업은 대기업 위치까지 성장할 기업이기 때문에 CEO의 성장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중견기업이 늘어나고 지원이 늘어나면 중소기업 지원이 오히려 감소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중소 기업 지원 비중을 줄여 중견 기업을 키우려는 것은 아니다.
◇김경원 전자부품연구원장=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과 정부·협회의 지원이 필요하다.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독자 성장이 아닌 대기업과의 동반 성장이 필요하다. 특히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을 무기로 세계 시장에 독자적으로 진출해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중견기업으로 커야 한다.
IT 융합의 흐름으로 새로운 산업이 계속 생기고 있다. 산업 융합과 IT 융합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 연구원에서도 새로운 세계 기술 동향이나 시장을 파악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김영도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 구매전략팀장=지난해부터 강소기업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2015년까지 50개 강소기업을 선정해 지원할 예정이다. 예전에도 지원활동을 해왔지만 무조건적인 투자 비용 퍼주기식 지원은 아니다. 지금은 기술과 사내 시스템 컨설팅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다. 강소기업의 선정 기준은 사람, 기술, 시스템이다. 중견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인재 확보, 차별화된 기술력·프로세스와 시스템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특히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기술은 공동 개발할 수 있다. 인재를 지속적으로 채용하고 육성해야 하지만 삼성이 도와줄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강소기업 지원 사업은 지속적으로 개선해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사회=중소 부품 기업들이 중견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박환우=국내 TV와 휴대폰 산업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면서 부품 업계도 동반 성장하고 있지만 중국과 대만의 추격도 무섭다. 우선 부품과 장비 사업을 대기업과 협력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장기적 로드맵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가장 절실한 R&D 과제는 학계와 정부의 지원이, 해외 네트워크 구축은 대기업·코트라(KOTRA)·중소기업청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대기업과 함께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소영=글로벌 대기업은 서로 업무 제휴가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본과 독일이 소재 산업에 강했지만 현재 어려운 이유는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소재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변화시키기 어렵다. 국내 중소 업체는 글로벌 기술을 가져오고 글로벌 인재를 데려와야 한다. 중소기업을 `글로벌 초신성 기업`으로 부르기를 제안한다. IT 기업과 다른 산업 융합에 중소기업을 투입하면 글로벌 초신성 기업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글로벌 토양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제공되고 정부와 대기업이 지원하면 중견 기업 도약이 가능하다.
-사회=연구원과 대기업, 정부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가.
◇김경원=IT는 이제 산업 전반 어디에든 접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면 수소 자동차,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 등 자동차 자체의 패러다임이 바뀌며 부가적인 IT 산업이 일어날 것이다.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만큼 위험성도 있지만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R&D 기술 개발을 기반으로 세계시장을 어떻게 선도할지에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부품 업체는 30만개 가량이며 10인 이상 사업장은 5만5000곳에 이른다. 연구원과 함께 R&D를 진행하는 업체는 1000개 정도다. 연구원은 앞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지원을 늘리고 더 나가서는 경쟁력 있는 업체 발굴에도 앞장 설 계획이다.
◇김영도=스마트폰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 중 물류비를 제하고도 이익이 나는 유일한 제품이다. 최근 대기업들은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사업장을 시장 가까이 접근시키고 있다. 대기업의 해외 이동으로 중소 협력사도 해외로 따라 나오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국내 사업장을 비롯해 해외 500여개 사업장에서 중소기업의 해외 공장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내와 해외 사업장에서 중소기업과 상생 협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박일준=우리나라 IT 산업의 특징은 하드웨어에 강하다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이 해외 글로벌 업체의 조류 속에서도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대기업을 기준으로 중견과 중소가 한 축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이런 경쟁력이 너무 고착되면 환경 변화에 유연한 대응이 어렵다. 지경부는 고착화된 전자산업의 생태계를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대책을 세우고 있다. 특히 부품 제조업 현장에서 사람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의 수요를 감안한 사람의 육성이 필요하다. R&D 개발 인력 확충에 정부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자부품연구원과 함께 중소기업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리=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
윤희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