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이 저렴할 때 전기를 저장했다가 요금이 비싼 시간 때 활용할 수 있는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국내 처음으로 산업용 시설에 도입된다. 지금까지 전기는 발전소에서 수용가에 일방적으로 송전돼 남은 전기는 고스란히 버려졌을 뿐 전기를 저장해 활용한다는 개념이 없었다. 여름철 전력 성수기를 맞아 블랙아웃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전력을 대규모로 소비하고 있는 산업시설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력생산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8월부터 1㎿h급 ESS를 기흥사업장에 설치하고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설치를 완료하고 2주간의 시운전을 거친 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이번 대용량 ESS는 삼성SDI의 리튬이온 2차전지를 기반으로 효성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국내 ESS 시장은 지식경제부의 시범보급사업으로 20여 가정에 설치된 3㎾급 ESS가 전부였다.
삼성SDI의 ESS 저장용량 1㎿는 100가구(4인 기준)가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으로 기흥사업장은 연간 1억원가량의 전기요금 절감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전력부족 사태로 전력난 위기가 대두됨에 따라 정부는 각종 절전 규제 및 전력요금 인상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이번 삼성SDI의 ESS 활용은 국내 산업계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ESS 시장이 아직 초기인데다 기술 표준화가 늦어져 시장 선점과 표준화에 유리한 고지에 오른 셈이다.
삼성SDI는 전력소비가 다소 적은 경부하 시간대(23~9시)와 중간부하 시간대(9~11시, 17~23시)에 하루 두 차례 전기를 저장했다가 가장 요금이 비싼 낮 11~16시에 저장했던 전기를 활용할 계획이다.
에너지관리시스템(EMS)과 연동해 ESS용 배터리관리시스템(BMS)·전력변환장치(PCS) 간 전력이동을 모니터링해 효율적으로 제어한다는 방침이다.
이찬재 삼성SDI ESS마케팅부장은 “연간 1억원의 전력요금 절감 기대는 물론이고 국내 최초로 ESS 실제 검증 데이터를 확보한 만큼 국내외 ESS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겠다”며 “기술 표준화가 더딘 현재 국내 ESS 시장에서 삼성SDI가 표준화를 선도 ESS 시장의 빠른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그룹을 포함해 향후 국내 산업현장뿐 아니라 금융권, 일반 빌딩에까지 다양한 영역에 ESS를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