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력기기 시험인증은 세계 정상 수준입니다. 업계 수요와 정부 지원, 기관 노력이라는 세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입니다. 세계 시장에 내놔도 손색이 없습니다.”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릴 `세계단락시험협의체(STL) 기술회의` 준비를 총괄하고 있는 박병락 한국전기연구원(KERI) 선임시험본부장(60)은 “KERI의 시험인증서는 현재 세계 어디서든 최고 수준으로 통용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KERI는 지난해 전력기기 시험인증 분야에서 잇따라 성과를 거뒀다. 전력기기 시험인증 분야 `G10`으로 불리는 STL 열 번째 정회원국이 됐다. 정부를 상대로 오랜 설득과 노력 끝에 올 해 `4000MVA 대전력시험설비 증설사업`도 시작했다. 오는 2015년까지 총 16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이 사업은 국내 중전기기업계의 숙원이었다.
이번에 유치한 `STL 기술회의`는 세계 전력기기와 산업 인증 및 기술표준을 논의하는 의미있는 자리다. 우리가 전력기기 부문에서 주도권을 쥘 기회라는 평가다.
박 본부장은 전기연서 32년 간 시험인증 업무만 전담했던, 이 분야 산 증인이다. 반평생을 시험인증이라는 길만을 바라보며 걸어왔다. 1980년대 처음 전력기기 국산화를 이끈 4000MVA가 박 본부장 작품이다. 전력기기 국산화와 국제인증으로 해외수출 발판도 마련했다.
“모든 산업의 발전은 시험인증 능력의 토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박 본부장은 “전력기기는 일반 가정에서 공장, 나아가 사회, 국가 전체의 전력 수급 망과 직접 연결돼 있다”며 “전력기기 시험인증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 초에는 세계 최고 시험인증 기관 달성을 목표로 3단계 실행 계획을 마련했다. 단기적으로 4000MVA 증설을 완료해 시험인증 설비 용량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어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와 기기의 시험인증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기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초고압 직류전송 기술 등 첨단 전력기기 개발에 발맞춰 시험인증의 첨단화를 이뤄내겠다는 복안이다.
박 본부장은 최근 4000MVA 증설사업 관련 국비 지원 예산이 다소 늦춰져 사업 차질이 우려된다며 안타까움도 내비쳤다.
박 본부장은 “시험인증 분야는 고부가가치 선진국형 산업이다. 유럽 등 선진국은 제조 경쟁력이 떨어져도 시험인증 분야를 쥐고 있기에 직접적인 수익과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KERI가 시험인증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관이 되려는 이유도 여기 있다”고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