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숯불에 구워 드시겠습니까?

한국인의 숯불 사랑은 남다르다. 고구려 사람들이 불 위에 구워먹은 맥적(貊炙)이 조상 격이니 역사를 따져보면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도 어디를 가도 숯불고기 파는 식당 하나쯤 찾는 건 일도 아니다.

이 맛난 숯불고기에도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불에 너무 태운 고기는 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유해성 결과가 그것이다. 식약청이 발간한 위해물질총서에 따르면 불에 구운 닭다리 1개는 담배 60개비 독성과 같은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웰빙 바람이 거센 해외에선 저온으로 조리하는 저온조리법이 일반화되고 있다. 굽지 않고 삶거나 찌는 조리법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고깃집 대부분이 숯이나 연탄으로 고기를 직접 불에 구워먹는 직화 방식을 선호한다. 고깃집 불판을 살펴보면 열에 아홉은 고기가 까맣게 타는 걸 볼 수 있다. 얼마 전엔 숯불구이에 쓰는 성형탄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맛과 건강 사이에서 갈등 섞인 고민을 하다가도 그냥 탄 고기를 먹기 일쑤다. 치명적인 맛에 감내해야 할 치명적 독성 물질, 이게 문제다.

◇ 고기 태우지는 않는 `어메이징한` 그릴="고기는 직접 불에 구워서 먹어야 제 맛이라고 하죠? 그런데 실상 가스나 연탄, 숯은 주위에 있는 산소를 태우면서 조리를 하는 방식이라 몸에 좋지 않아요. 그래서 거꾸로 생각을 바꿔봤어요. 역발상이죠. 적외선이라는 몸에도 좋고 맛있는 조리가 가능한 광선이 떠올랐습니다." 적외선 조리기 자이글(www.zaigle.com)이 탄생한 순간이다.

자이글을 발명한 이진희 대표는 식품 외식 프랜차이즈 쪽에서 잔뼈가 굵은 직장인이었다. 처음부터 조리기구를 개발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하면서 접한 음식이라는 게 좋은 재료와 레시피도 중요하지만 결국 어떤 도구로 조리를 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됐다고. 자연과학을 전공한 공학도 출신 이 대표는 조리기구를 직접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 자이글을 직접 개발한 이진희 대표. 이 대표는 원래 식품 외식 프랜차이즈 업무를 담당했었다.
▲ 자이글을 직접 개발한 이진희 대표. 이 대표는 원래 식품 외식 프랜차이즈 업무를 담당했었다.

"창업수요조사를 해보니 열에 아홉은 고깃집을 찾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치킨집이나 고깃집에서 쓸 수 있는 조리기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목표는 간단했어요. 일단 맛있어야 한다. 냄새가 잘 안 베어야 한다. 이거였죠."

이렇게 탄생한 자이글은 처음엔 업소용으로 개발해 덩치가 컸다. 이 대표는 업소용은 시장 규모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가정용 그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원리는 같았어요. 제품 상부에 적외선 램프를 1차 열원으로 쓰고 하부에 열을 흡수, 방출하는 불판을 써서 음식을 조리하는 구조였죠. 하부 팬이 상부 복사열을 받아 음식물을 타지 않게 골고루 익혀주면서 적외선의 음이온으로 항균, 냄새 제거, 무연 효과 같은 부가 기능도 탁월했어요. 공인시험평가기관에서 입증도 받았습니다."

적외선을 이용한 복사열로 조리를 하다보니 기름이 튀지 않고 냄새도 잘 배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자이글은 음식물 안팎을 동시에 고르게 익힌다. 고기류는 육즙을 잘 잡아줘서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다. 부드러운 육질을 경험할 수 있는 것.

“보통 생선에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으로 요리를 하잖아요. 그러면 기름이 많이 튀고 타기도 합니다. 자이글에 올려놓고 몇 분만 있으면 기름 없이도 타지 않고 맛있는 생선구이를 맛볼 수 있어요. 두께가 1cm 정도 되는 스테이크도 앞뒤로 몇 분만 익히다가 칼로 잘라보세요. 육즙이 배어 나와요. 집안에서도 맛있는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을 겁니다.”

▲ 일본 최대홈쇼핑 'shop 채널'의 자이글 판매방송. 깐깐한 일본에서도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 일본 최대홈쇼핑 'shop 채널'의 자이글 판매방송. 깐깐한 일본에서도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 역발상으로 한국식 조리 문화 세계에 알릴 것=자이글은 적외선 램프 방식이어서 열 효율이 높다. 덕분에 다른 제품보다 유지비가 적게 드는 고효율 에너지 제품이다. 가정용 전기료 기준으로 하루 1시간씩 한 달 내내 써도 3,000원 정도면 충분하다. 더구나 가스나 숯을 이용한 방식과 달리 요리하면서 산소를 태우지 않아서 연기 발생이 거의 없다. 직화 방식이 아니어서 발암물질이 발생하지 않으니 건강까지 일석이조다.

"자이글은 기존 조리기의 개념을 확 뒤집은 역발상 제품입니다. 세계적으로도 독자적인 특허 제품이고요. 2010년부터 올해 3월까지 해외 안전 인증은 다 받았고 유럽과 일본, 미국 등 전 세계로 판매망을 확장중입니다. 특히 일본에선 유명 홈쇼핑에서 매진 사태가 벌이지기도 했어요. 자이글의 기술력이 그 어렵다는 일본 시장에서도 통한 거예요. 해외 시장 판로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매출도 늘어나고 있어요. 올 하반기에는 오히려 해외 시장 매출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에서도 웰빙 로터스 그릴 자이글의 인기는 상당하다.
▲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에서도 웰빙 로터스 그릴 자이글의 인기는 상당하다.

자이글은 조리 냄새에 민감하고 까다로운 일본과 미국, 유럽 등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 특허청장상을 비롯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 중소기업청상, 한국무엽협회장상 등을 잇달아 수상한 공신력 있는 특허 제품이다.

"특허청장상을 받을 때 관계자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아이디어를 내는 건 어렵다. 하지만 더 어려운 건 시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또 시제품을 양산하는 건 더 어렵고 또 그 제품을 시장에 내놔서 판매까지 하는 건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몇천만 분의 1 확률을 뚫어야 한다는 말이었죠. 이렇게 힘들고 어렵게 나온 게 제 자식 같은 자이글입니다."

자이글은 `잘 익은`의 소리음과 `모든 일이 잘 되어 간다`는 의미다. 여기에 음식이 익을 때 나는 `지글지글` `자글자글` 같은 소리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적외선 방식 친환경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생각입니다. 몸에 이로운 웰빙 시대에 걸맞은 친환경 조리, 가전기기를 소비자에게 내놓는 게 목표이자 꿈이죠. 몇 년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세상에 나오게 된 자이글이 한국식 조리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단초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래도 숯불에 구워 드시겠습니까?

■웰빙 로스터 그릴 자이글 직접 써보니···

집안에서 자이글로 삼겹살을 직접 구워봤다. 일단 연기가 아예 안 나는 건 아니지만 방안에서 써도 충분할 정도다. 사실 연기보다 더 놀란 건 냄새다. 자이글에 탈취 기능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써보니 `공기청정`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 집안에서 고기를 구우면 기름이 벽이나 바닥에 끼거나 공기가 탁해지기 일쑤다. 적어도 자이글은 이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생선 요리도 마찬가지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서 구우면 으레 기름이 많이 튄다. 하지만 자이글은 기름을 두르지 않고 적외선으로 굽기 때문에 튈 염려가 없다는 것도 만족스럽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켜고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