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즈니스]강창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

서울대와 동경대에서 역사를 전공한 그가 새롭게 역사를 쓰고 있다. 17대 국회에 입성하고 3선에 성공하더니 이번에는 상임위원회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다는 지식경제위원회의 수장이 됐다. 강창일 민주통합당 의원의 이야기다.

강창일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강창일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지경위원장으로서 강 의원의 목표는 단순하지만 분명했다. 재벌·대기업이 아닌 서민·중소상공인이 잘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식경제위원회는 전통적으로 여야 간의 정치적·정책적 대립이 적고 중소기업·민생 살리기에 여야가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하는 상임위입니다. 이 같은 전통을 이어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경위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정전과 전기요금 문제를 꼽았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정전대란은 예고된 인재이며 경쟁체제를 통한 효율 제고를 핵심으로 하는 전력산업 정책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해결 방안으로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의 통합을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전력수요 예측 실패와 부하 급상승에 대한 전력거래소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기능이 분리된 현행 전력산업 경쟁체제에서는 유사시 긴급대응이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며 “정전대란이 한전과 전력거래소의 이원화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양 기관의 재통합을 적극 검토해 사태의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선별적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30여년간 낮은 전기요금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돼 온 만큼 산업용 전기요금부터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반용에 대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가가 폭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올리면 물가상승 도미노 현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서민 가계 부담 최소화와 중소기업·영세자영업자 보호 차원에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산업용 전기요금 현실화는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더불어 수요관리 정책을 추진하면 부족한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어 전력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자원개발에 대해서는 상임위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다. 공기업 별로 투자한 사업, 투자 배경과 정권 차원의 압력 유무, 사전 경제성 조사 유무와 진행 절차, 현재 상황과 경제성 여부 등 자원개발 사업 전반에 걸쳐 살펴보고 현 정부의 실정을 파헤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오는 26일 상임위 차원에서 CNK 관련 추가 업무 보고를 받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 위원장은 “정부가 자원외교를 천명하면서 자주개발률 20%를 목표로 내세웠고 자원개발 공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사업에 뛰어들어 부채가 급증하는 등 경영지표가 급격히 악화됐다”며 “무리한 투자 때문에 관련 공기업들이 금융부채 과다로 지급불능에 빠지면 결국 국가재정으로 메워야 하고 이는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대해서는 세계 기후변화 대응 흐름에 합류해 리더십을 부각시킨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 중심의 정책으로 국민의 의식과 생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녹색성장의 핵심 아이템인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지원으로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간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설명이다.

강 위원장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술 벤처기업을 육성·지원하고 인력양성, 연구개발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신재생에너지가 단순산업이 아닌 고도의 첨단기술 집약형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고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 우위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원 중에서도 풍력에 애정을 갖고 있는 강 위원장은 국내 풍력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시행에 따라 의무량 달성에 초점이 맞춰져 국내 프로젝트 추진 시 값싼 외산 풍력발전기가 채택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강 위원장은 “이제 시작하는 국내 기업이 적어도 걸음마를 뗄 때까지는 정부의 손길이 필요하다”며 “수출을 위한 트랙레코드(실적) 축적을 위해 정부가 영흥화력발전소에 조성한 풍력단지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테스트베드는 만들어 주되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도록 엄격하게 평가해 기술력 있는 기업이 해외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제도가 활성화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풍력산업 발전에 있어 제주도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2019년까지 1000㎿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고 2030년까지 2000㎿를 추가 건설해 전력 수요 100%를 해상풍력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가 성공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계통연계비용을 지원하고 해상풍력에 대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조정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도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나라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차기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어젠다로 삼을 수 있는 중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을 유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풍력이나 태양광처럼 24시간 일정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없는 경우 전력 수요를 조절해 발전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스마트그리드를 `그린뉴딜` 정책의 핵심으로 삼아 지원하고 있으며 중국도 향후 5년간 2조위안을 투입해 중국 전역에서 스마트그리드 구축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초고속 인터넷이 발달했으며 송배전망을 한전에서 단일시스템으로 구축했기 때문에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있어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매경쟁과 수요반응(Demand Response)을 도입해 유연한 운영환경을 조성, 다양한 사업자간의 협력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는 기존 한전 중심의 독점적 전력사업자 모델에서 벗어나 이종산업 간 융합, 전력산업 구조개편 등 다양한 이슈를 촉발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위원장은 “앞으로는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대한 확실한 목표와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며 “비즈니스 모델 발굴, 기술혁신, 제도개선 중 어느 부분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 결정해야 하며 나아가 스마트그리드 사업 추진 목적이 신성장동력 육성인지, 효율개선을 통한 산업경쟁력 향상인지, 시장 활성화를 통한 소비자 권익 확보인지 등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담=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정리=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