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리더]김명준 한국정보과학회장

“지난 5년간 ICT융합이 무엇인지(What)에 대해 얘기해 왔습니다. 이제는 `융합`을 어떻게(How) 구현할지에 관한 방법론을 고민할 때입니다.” 김명준 한국정보과학회장의 지론이다. 김 회장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국내선 SW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닌텐도 DS`를 보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SW를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할 때 단칼에 `필요 없다`는 의견을 정부 측에 개진했던 인물이다.

[과기리더]김명준 한국정보과학회장

스마트폰 세상에서는 닌텐도가 힘쓰지 못할 것을 예측했다. 실제 몇 년 전 만해도 청소년이 닌텐도 게임기를 목에 걸고 다녔지만, 지금은 아무도 갖고 다니지 않는다. 대신 스마트폰을 들고,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세상이 됐다.

본래 김 회장은 2001년 초, 정보과학회 컴퓨터시스템연구회 겨울 워크숍에서 `리눅스 제국 건설`을 주창했다. `나부터` 개방, `내 것을` 공유, 그리고 `자발적` 참여 정신을 기반으로 공개 SW를 개발하자는 제안이다.

“당시 R&D SW 운영체제는 대부분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개발한 솔라리스와 같은 유닉스 등을 사용해 왔습니다. 우리 기술개발 능력을 향상시키고, 국산화를 위해서는 리눅스 체제로 가야한다고 봤습니다.”

김 회장은 당시 50명의 전문 엔지니어를 가동할 수 있는 연 100억원의 예산을 더도 말고 딱 10년만 지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리눅스 재단(당시는 OSDL: Open SW Development Lab)측서 500개의 새로운 리눅스 기능 개발을 제안했는데, 이 가운데 5%인 25개 과제만 우리가 받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그렇게 했더라면 리눅스 이사회에 한국은 의사결정 멤버가 됐을 것이고, 국제적인 위상도 달라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SW 전문가답게 자신이 주도했던 `바다 DBMS`(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얘기도 꺼내 놨다. 당시 바다 I~V(1988년~2002년) 기술개발 투자로 지금 알티베이스, 리얼타임테크, 코난테크놀로지와 테스트마이다스 등의 벤처기업이 만들어졌다. 200여명에 달하는 전문인력도 양성했다. 이들이 지금의 NHN 큐브리드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SKT· LG유플러스· KTH 등 10여개 기업이 이전받아 사용하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위한 `GLORY/FS(글로리 파일 시스템)`도 바다 DBMS 연구팀이 만들어낸 후속 연구개발 결과물이다.

“혼자 잘해 이기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모여서 함께 창의연구를 진행해야 합니다. IT융합 정책 분야도 주력산업에서 인간생활 지원 중심의 생활체감형 IT융합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조상들이 함께 노동하던 공동노동조직인 `두레`와 같은 시스템으로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ICT 거버넌스에 대해 묻자 김 회장은 쭈뼛쭈뼛했다. 괜시리 민감한 얘기로 오해를 사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최근 ICT라는 용어를 많이 쓰는데, 이는 EU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정보와 통신 기술을 합친 개념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기에 반도체와 LCD· LED, 심지어 로봇까지 포함시켜 얘기를 합니다. 광의의 IT가 `한국적인` 것이 된 거죠. 삼성이나 LG 역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 회장은 향후 ICT 거버넌스는 차기 정부의 `효율성`이라는 기반 위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김명준 회장은 55년생이다. 서울 태생.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나와 KAIST 전산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는 프랑스 낭시(Nancy) 제1대학교에서 응용수학 및 전산학 전공으로 받았다. 아주대 종합연구소 연구원과 프랑스 국립연구소 `LORIA` 연구원을 거쳐 86년 현재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자리 잡았다. SW연구부장, 컴퓨터·SW연구소장, 인터넷서버그룹장, 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