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출자 문화펀드가 다른 펀드에 비해 성과가 미흡해 손질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펀드의 부실한 회수로 모태펀드 전체 수익률이 10%대 중반에 그쳤다.
모태펀드를 운용·관리하는 한국벤처투자(대표 정유신)에 따르면 문화펀드의 `벤처투자지수(VI)`가 조사를 시작한 2007년 하반기(이하 기말 기준) 이후 한 차례도 기준치 100을 넘지 못했다. 2007년 하반기 85.93을 시작으로 2008년 하반기에는 82.34로 내려갔다. 근래 들어서야 90을 넘었다. 최근 조사치인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는 각각 89.61과 91.48이다.
문화펀드와 달리 제조·정보통신을 포함한 일반펀드 VI지수는 한 차례도 100을 밑돌지 않아 확연한 대조를 보였다. 평균 잡아 매번 투자 수익을 낸 셈이다. 2007년 112.18을 시작으로 2008년 하반기에만 109.09를 나타냈을 뿐 매 반기 110~120대 중반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에는 각각 122.69와 121.10이었다.
전체지수는 손실이 발생하는 문화펀드 영향으로 110 전후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전체지수는 일반지수가 120대 초반을 기록했으나 90 전후를 보인 문화지수 영향으로 114.75와 114.76으로 하락했다. 반기에 한 번 조사하는 VI지수는 모태펀드가 출자한 펀드의 출자원금 대비 예상회수율을 지수화했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출자규모 이상 회수가 가능하다. 110이면 예상 투자수익률이 10%란 의미다. 올 상반기 지수는 10월께 나온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한국벤처투자는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으로 `콘텐츠산업 투자 재원 확충을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문화콘텐츠 업계가 모태펀드로부터 자금조달 비율이 9.3%로 낮아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우리나라 업종별 신규 벤처투자 실적을 보면 문화콘텐츠 부문이 결코 적지 않다. 올해 들어 5월 말 현재 121개사에 1472억원을 투자했다. 업체 기준은 전체 투자사(264개사) 절반에 육박한다. 업종 기준으로도 가장 많다. 그 다음으로 많은 업종이 정보통신(1172억원)과 일반제조(825억원)다. 생명공학(286억원), 유통(137억원), 서비스·교육(87억원) 등과는 현격한 차이다.
미국 실상을 보면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투자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은 정보통신 비중이 1분기 24억8100만달러로 43.1%에 달한다. 생명공학과 일반제조가 각각 14억8500만달러(25.8%)와 12억8000만달러(22.3%)로 뒤를 이었다. 문화콘텐츠는 3억9900만달러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9%에 불과했다.
미국 실상을 고려해 문화 부문 투자를 줄이자는 것은 아니다. 투자 대비 효과를 보자는 것이다. 문화펀드가 `한류` 등 긍정적 효과를 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칫 한국 벤처투자 시장 활성화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간과 연기금 등 기관 자금을 끌어들여야 하는 벤처투자자에게 낮은 수익률은 펀딩에 마이너스 요소다. 이미 일부 벤처캐피털은 문화펀드 결성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영화계를 중심으로 악습도 사라져야 한다. 투자지분율 대비 수익지분율을 낮게 책정하는 등 여전히 투자자에게 불리하다. 정책 자금이 특정분야를 진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큰 그림에서의 접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정책연구기관 관계자는 “효율성 측면에서는 벤처캐피털이 높은 성과를 내는 분야에 자원이 집중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