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KAIST총장이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오명 이사장에게 전격 일임했다. 오 이사장은 빠른 시일 내로 서 총장의 거취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며 서 총장은 잔여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이스트 이사회는 20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2층 코스모스 룸에서 제 217회 임시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사회엔 오명 이사장과 서남표 총장, 표삼수 KT기술전략실장 등 이사진 16명 가운데 15명이 참가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개인 사유로 이사회에 불참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서 총장 계약해지안과 후임 총장 선출안을 포함한 4건의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모두 상정되지 않았다. 이사회 직후 오명 이사장은 “서 총장은 신상발언을 통해 자신의 거취문제를 포함한 모든 사안에 대한 결정권을 이사장에게 일임했다”고 말했다.
오 이사장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 문제를 결정한 뒤 이사회를 통해 확정할 것”이라며 “서 총장 사퇴와 관련한 수습방안, 거취날짜, 학교 발전방안까지 함께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재원 비상임 이사는 “이사회에서는 준비된 안건이 상정되지 않고 총장의 거취문제가 이사장에게 위임된 것”이라며 “이사회 개최 전 두 사람이 1시간 반 가량 의견을 나눈 뒤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 이사장이 결정하면 임시 이사회가 소집돼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서 총장이 자신의 거취문제를 이사장에게 일임함에 따라 서 총장은 남은 잔여임기 2년을 못 채운 채 총장직에서 자진사퇴할 가능성이 커졌다.
오 이사장은 빠른 시일 내로 거취 문제를 결정할 것이며 이사장이 해임을 결정하더라도 서 총장은 수긍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오 이사장은 이사회 직후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을 만나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이사장은 총장이 사퇴하도록 하는 동시에 총장 사퇴 전이라도 차기총장 선임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총장선임위원회 가동하겠다” 말했다.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던 서 총장이 갑자기 태도변화를 보인 것은 법률적 쟁송을 피하기 위해 타협안을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서 총장에 대한 계약해지나 해임은 양측에 불가피한 법률논쟁과 배상책임 문제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이성희 변호사는 “오늘 자리는 이사회 개최 전까지 대화를 하고자 하는 오 이사장 측의 요구로 마련됐다”며 “법률적 파국은 안 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두 사람이 모두 공감했다”며 “법률적 대결이 아니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 이사장이 총장의 거취문제에 대해서도 총장 본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특허를 비롯한 학내문제 해결에도 협조하겠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