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정보책임자(CIO)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단순한 기술 발전에만 접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CIO는 변화와 혁신의 리더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무적이고 경영적인 관점으로 재무장하는 게 필요합니다.”
임택 한국동남발전 기획처장은 대부분 CIO가 최고경영자(CEO)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회사 성장에 필수적인 경영적 관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의 미래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발전 측면에서 부단히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바탕으로 프로세스를 가다듬은 후에 그에 걸맞은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조직 구성원을 리드하는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장 위한 3대 경영혁신 추진=2008년 말 한국남동발전 경영선진화팀에 합류하면서 임택 처장이 가장 먼저 추진한 일도 프로세스 혁신을 비롯한 경영선진화다. 원가혁신, 현장혁신, 프로세스혁신 등 3대 경영혁신과 소사장제, 설비안전강화운동(TPM) 등의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했다. 1400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극복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임 처장은 “공기업은 규정에 의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수동적인 문화를 탈피하는 게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였다”며 “공기업의 기업 목표인 공익을 위해서는 매출 증대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빠르면서도` `목표지향적인` 업무 문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회상했다.
임 처장은 발전 부문 원가혁신을 위해서 발전사 최초로 물질흐름원가회계(MFCA) 제도를 도입했다. 프로세스별 손실률을 줄이고 폐기물 비용을 절감하는 게 목적이다. 건설부문 원가혁신을 위해서는 남동발전 고유의 가치공학(VE) 체계를 확립해 최적 설계를 구현했다.
현장혁신에는 `소사장제`가 큰 힘을 발휘했다. 본사가 가지고 있던 예산, 인사, 계약 등의 권한을 각 사업소 팀장급에 부여했다. 그 결과 단위 조직당 목표가 생겼고 발전기의 고장여부뿐만 아니라 매출과 손익, 원가구조 개선에 업무 중점을 두게 됐다. 권한에는 곧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소사장제는 남동발전의 대표적 혁신 사례로 철도공사 등 여러 공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6시그마와 TDR(Tear Down & Redesign)를 통해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했다. 6시그마는 혁신 업무추진의 공통언어로 정착시켰고 TDR 조직을 전 사업소로 확대 적용해 고질적 문제점을 해결하게끔 했다.
임 처장은 “2008년부터 강력하게 추진한 3대 경영혁신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추구할 수 있는 체질개선이 이뤄졌다”며 “이는 곧 발전사 최고 이용률, 노동생산성 달성, 3년 연속 비계획손실 감소 등의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ERP로 시스템경영 토대 마련=윤 처장이 강조하는 경영혁신의 핵심은 `시스템경영`이다. 업무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고 이를 시스템에 녹여내 경영에 접목하는 것이다. 남동발전 시스템경영의 핵심에는 `코피스(KOPIS)`로 불리는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임 처장은 2009년부터 경영선진화와 시스템경영추진반 업무를 겸임하며 ERP시스템 구축을 이끌었다.
남동발전은 2009년 3월 ERP시스템 구축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고 그해 하반기부터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시스템 오픈 6개월 전인 2010년 8월부터 시범운영을 하면서 안정화 기간을 거쳤다. 2011년 2월 마침내 코피스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코피스는 재무회계뿐만 아니라 인사노무, 계약·자재·연료, 발전, 환경·화학, 품질·안전, 건설분야를 아우르는 남동발전 시스템경영의 핵심이다.
코피스 구축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은 업무의 속도와 효율성 향상이다. 경영자정보시스템(EIS)을 활용해 전사 통합 경영정보와 13개 핵심성과지표(KPI)를 자동 집계함으로써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졌다. 회계전표 작성 소요시간은 25분에서 10분으로, 전사 예산집계와 배정시간은 60일에서 7일로 단축됐다. 수작업의 38%가 자동화됐고 자산·자재·설비 통합 연계로 최적의 정비시스템이 구현됐다. 무엇보다 코피스를 중심으로 남동발전의 3대 시스템경영 전략인 가치경영, 전략경영, 시나리오경영을 구현이 가능해졌다.
임 처장은 “무사히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데에는 현업이 프로젝트에 열정을 갖고 참여하도록 이끌어준 비즈니스 프로세스 오너(BPO) 제도가 큰 몫을 담당했다”며 “프로세스의 주인이 열정을 가지고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시스템이 조기 안정화에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혁신은 끝나지 않았다=임 처장은 지난해 10월부터 CIO 역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책임지는 기획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남동발전이 더욱 발전하고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현안이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쟁점이 바로 전력요금 인하다.
임 처장은 “전력요금을 낮추려면 고유 사업인 발전 부문에서 원가절감이 필요한데 원가의 80%를 차지하는 연료비 절감이 핵심”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연료공급의 통합관리와 모니터링을 통한 수급예측 개선, 안정적 연료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동발전이 공급망관리(SCM)시스템 구축에 착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남동발전은 현재 통계기법을 활용한 연료가격 예측시스템과 위치파악시스템(GPS) 기반 선박위치추적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최적 배선관리와 연료설비, 저탄장관리 시스템이 오는 9월 개발 완료된다.
임 처장은 “발전과 수급 등 연료조달 전반에 걸친 통합관리가 가능해져 경제적 구매와 안정적 연료 조달, 운동비 절감 등의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혁신을 바탕으로 남동발전은 지난해 발전회사 중 최고의 경영성과를 거뒀다. 당기순이익 1413억원, 영업이익률 6.2%, 설비이용률 83.25%, 발전원가 75.42원/kWh 등 대부분 경영 지표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6월 실시된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기관평가부문과 기관장평가부문에서 동시에 A등급을 달성했다.
임 처장은 “전력·에너지 기관 중 유일한 A등급을 받은 것은 시스템경영을 통한 경영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지금까지의 혁신이 `남동혁신 1기`라면 향후 2기 혁신을 통해 최고의 발전회사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약력
기계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임택 처장은 1986년 삼성코닝에 입사해 20여년간 6시그마 등을 통한 업무 프로세스 혁신(PI)을 담당했다. 2008년 한국남동발전 경영선진화 팀에 합류해 소사장제 등의 선진경영기법을 정착시켰으며 지난해 2월 오픈한 ERP 시스템 구축을 진두지휘했다. 지난해 10월부터 기획처장을 맡아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혁신 모델 수립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