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 직원들 눈빛이 달라졌다. 지난 10일 최영명 전 국가원자력관리통제소장이 기관장으로 온 뒤부터다.
최 원장은 국내 몇 안 되는 핵 비확산 부문 국제 전문가 중 한명이다. 핵 비확산 분야 국제통은 국내에선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귀하다.
![[이사람]최영명 신임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장](https://img.etnews.com/photonews/1207/309520_20120720193225_697_0001.jpg)
우리나라 핵 비확산체제 구축에 초창기부터 관여했다. `카이낙(KINAC)`이란 이름도 최 원장이 지난 2006년 지었다. `카이낙`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기관으로 핵물질 안전관련 업무를 주로 한다.
최 원장이 핵 비확산 분야에서 국제통으로 두각을 드러낸건 지난 200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안전조치 상설자문기구인 `SAGSI` 위원으로 활동할 때 사건 때문이다. 당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우라늄 농축 실험으로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핵개발 국가로 오인받을 수 있는 회의문서 항목 일부를 최 원장이 예리하게 짚어내고 삭제시켰다.
“1985년 핵 비확산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문장만 봐도 뭘 의미하는지 이면까지 꿰뚫게 됐죠. 마침 IAEA 작업단회의에서 우리나라 원자력연구원을 염두에 둔 불특정 국가의 핵실험 책임론을 거론한 문장을 보게 됐습니다. 파장을 생각하니 숨이 멎을 만큼 아찔했습니다.”
최 원장은 스스로를 `워커홀릭`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평했다. 실제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책부장 시절에는 6년간 밤 12시 이전엔 퇴근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 원자력 R&D 정책이 이때 새로 정립됐다. 본업을 떠나 원자력연 산하 원자력연수원장으로 있을 때는 2년간 6개나 되는 프로젝트를 새로 만들어 운영했다. 잠시라도 그냥 있지를 못하는 성미다. `일벌레`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카이낙` 기관장이 되자마자 최 원장은 업무보고를 단 하루 만에 끝냈다. `카이낙`을 처음 세울 때 깊숙이 관여했었기에 누구보다 업무를 잘 꿰고 있기도 하지만, 그 일로 며칠씩 뭉게는게 싫어 하루 날 잡아 해치운 탓이다.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모습처럼 보기 싫은게 없습니다. 정 일이 없으면 공부라도 해야지요.” 그의 성격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최 원장은 “그 동안 개인에 의존한 업무진행으로 조직 역량과 부서별 협력 면에서 들쑥날쑥한 면이 있다”며 “시스템적인 기관 운영체제 정립과 전 직원 주 1회 세미나, 직무 목표관리 등을 통한 조직 역량 상향평준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현재 짓고 있는 국제핵안보교육훈련센터(INSA)와 관련, 정부 예산배정을 4개월만 앞당겼으면 하는 속내도 드러냈다.
“오는 2014년 네덜란드에서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기 전에 센터를 완공해, 국제교육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합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국제적인 신뢰를 쌓아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