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336)가상 금융 텔러 `로라`

[장길수의 IT인사이드](336)가상 금융 텔러 `로라`

유럽 금융위기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 금융기관 BBVA가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가상 금융텔러(Virtual Bank Teller)`의 도입을 추진 중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테크크런치, 더 버지 등 IT매체에 따르면 스페인 금융기관 BBVA는 웹기반 가상 금융텔러 프로젝트 `로라`를 추진 중이다. 시스템 개발업체는 애플의 음성인식소프트웨어 `시리`로 널리 알려진 SRI인터내셔널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상에서 음성으로 검색 또는 명령어를 실현할 수 있는 음성 로봇 `시리`를 개발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바로 그 업체다. 애플내에서 시리 개발을 추진하다 별도 법인으로 설립됐으며 결국 애플에 인수됐다.

현재 SRI인터내셔널은 `시리` 기술을 BBVA 웹사이트에 적용할 수 있는 가상 금융텔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얼마전 BBVA 미국 법인은 웹사이트상에서 `시리` 기술을 적용해 가상 금융 텔러 시스템을 테스트했다.

고객이 BBVA 웹사이트에 들어와 `Talk` 버튼을 누르면 음성 채팅창이 뜨는데, 여기에 문자를 입력하거나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면 고객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음성로봇이 인식해 고객 계좌를 검색하거나 은행의 금융 서비스를 검색해 음성으로 응답해준다. 가령 고객 계좌를 새로 오픈하거나 모기지 담보 대출 상담을 하는 게 가능하다. 고객별 대출 상환시기나 월별 대출 상환액을 검색해 고객에게 음성으로 알려줄 수도 있다.

BBVA는 아직 가상 금융텔러 시스템의 상용화 시점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머지않은 시점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BBVA는 이 시스템의 이름을 `로라(Lora)`라고 부르고 있는데 로라는 실제 이 은행에 근무중인 은행원이라고 한다. 고객과의 뛰어난 소통 능력으로 탁월한 영업실적을 올리고 있는 은행원이다. 은행측은 음성인식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웹 고객응대시스템이 로라처럼 고객들과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BBVA는 `로라`가 본격 상용화되면 고객 응대 업무와 비용이 현격하게 줄어들면서 은행 수지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BBVA는 최근 유럽 금융위기로 고객 응대시스템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데 `시리`가 해법중 하나로 떠오른 것이다. 현재 대부분 은행들은 고객 응대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BBVA가 음성로봇인 `시리`를 적용해 웹기반의 고객응대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고객응대 비용과 고용 인력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현재 운영중인 전화자동응답시스템이나 인터넷 사이트는 고객들의 요구 사항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로라`가 다른 은행으로 확산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BBVA가 아직 공식 런칭 시점을 발표하지 않은데다 BBVA와 SRI가 이 시스템을 타 은행에 기술이전할 지도 분명치 않다.

하지만 최근 애플에 이어 구글 등 여러 사업자들이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생각보다 빨리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의 응용 분야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