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품 제조사인 A사는 최근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임금 체불에 불만을 품은 생산직 근로자들이 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A사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은 국내 제조업체는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전전긍긍한다.
#국내 제조업체인 B사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거래중인 중국 사출 업체의 한국인 사장이 회사 자금을 횡령해 도주했다. 한국인 사장을 믿고 거래했던 B사는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생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최근 중국 내 현지 부품 협력사 가운데 일부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 국내 고객사로 불똥이 튀는 사례가 잇따랐다. 중국 내 제조업이 갈수록 덩치를 키워가면서 검증받지 못한 현지 부품 업체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까닭이다. 중국산 부품 의존도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업계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중국 선전의 사출 전문 업체인 `가이드트렌드`는 얼마전 생산 라인을 멈춰 세웠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회사가 310만위안(약 5억5806억원) 규모의 임금을 체불하자 근로자들이 파업에 들어갔다. 이 회사와 거래한 국내 업체들은 서둘러 공장 재가동과 자사 소유 금형 반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사장은 해외로 도피했고 공장 소유권을 가진 중국인 건물주가 국내 업체에 피해 배상을 요구하며 금형 반출을 저지했다. 피해 업체들이 공동으로 100만달러(약 11억4740만원)의 배상금을 제의했지만 건물주가 거부한 상태다. 피해 업체 관계자는 “건물주와 배상금 규모에 의견차가 커 협상이 난항을 겪는다”며 “제품 납품일이 다가와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가이드트렌드는 아남전자·인켈·휴맥스 등 국내 업체를 비롯해 일본 데논 등의 협력사다. 중국 정부의 조치로 법정 관리 중이다.
중국 사출 전문 업체은 `정승(正承)`은 최근 한국인 사장이 임직원과 함께 회사 공금을 횡령해 도주했다. 국내 고객사는 서둘러 금형을 반출하고 새로운 협력사를 찾았지만 정승보다 사출 가공 비용이 높았다. 제품 납기가 촉박해진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고스란히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피해 업체 관계자는 “근래에는 한국인이 중국에서 제조업을 벌이는 사례가 늘었다”며 “한국인이라는 점을 믿고 거래했다가 발등을 찍힌 셈”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국내 업계는 중국에 생산 거점을 늘리는 한편 안정된 부품 수급과 물류비 절감을 위해 현지 업체와 거래도 확대한다. 하지만 워낙 많은 군소업체들이 등장하다 보니 이들과 거래할 경우 자칫 낭패를 보게 될 우려도 커졌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국내 업체들이 원가와 납기에만 급급해 섣불리 현지 업체를 고르면 안 된다”면서 “부품 공급 다원화로 위험을 분산시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해외 업체의 신용 정보를 조사해 공개하고 있다”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해외 업체와 거래하기 전 신용정보 확인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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